정치 대통령실

文의 침묵 뭘 의미하나...“거취 결정 기회줘” vs “추미애 뒤에 숨어”

초유의 직무배제에 文 이틀째 침묵

검사징계법상 의결 후 文권한 발생

與 일각 "尹 거취 결정 기회 준것"

野는 '비겁한 대통령' "본인이 책임안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쳐다보며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쳐다보며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헌정 사상 초유의 검찰 총장 직무 배제 명령을 사전에 보고 받은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대통령의 침묵’을 어떻게 해석해야 되느냐를 두고 정치권의 해석이 잇따르고 있다.


앞서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 발표 직전에 관련 보고를 받았으며 그에 대한 별도 언급은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초유의 ‘검찰총장 직무 배제’ 사태가 벌어진 다음날인 25일에도 문 대통령이나 청와대는 일체의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법무부의 징계절차가 종료될 때까지 문 대통령의 침묵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청와대 내부도 사실상 함구령이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우선 법률가 출신인 문 대통령이 법적인 절차를 우선시하고 있어 의도적 침묵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행 법상으로만 보면 ‘검사 윤석열’에 대한 법무부의 징계 절차가 마무리된 후에야 비로서 대통령의 권한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사징계법에 따르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는 법무부 장관이 청구할 수 있으며 징계의 종류에는 해임과 면직, 정직, 감봉, 견책 등이 있다. 징계위원회는 심의를 마친 뒤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징계를 의결하는데, 여기서 감봉 이상의 징계가 결정되면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집행’을 하게 된다. 징계가 의결 된 후에야 ‘대통령의 시간’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야당이 “비겁하다”고 날을 세우는 대통령의 침묵을 여권이 옹호하는 논리가 여기서 나온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어차피 징계위원회가 결정했을 때 정직 이상의 처분은 대통령에게 청구하면 대통령이 결정하게 돼 있다”며 “이후 진행 과정에서 충분히 대통령의 의사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지금 이 단계에서 용인한 것이냐를 두고 크게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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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청와대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청와대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한편으론 문 대통령이 윤 총장에게 거취를 결정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준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는 ‘대통령이 사전에 보고를 받았다’는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의 공개 메시지와 깊이 연계돼 있다.

이런 민감한 사안일수록 보안이 철저한 청와대가 전날 굳이 대통령이 관련 보고를 받은 사실을 공개한 것 자체가 이번 징계 절차에 ‘문심(文心)이 반영됐다는 의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문 대통령과 독대 사실을 밝힌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청와대 메시지 이후 윤 총장을 향해 “본인이 거취를 선택하라”고 압박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의 하고 싶은 말을 이 대표가 대신했을 수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여권 핵심인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사실 굳이 청와대가 추미애 장관의 보고를 받았고 (대통령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발표를 해야 할 이유가 없지 않냐”면서 “그런데 그 발표를 한 것은 대통령께서도 검찰총장의 거취에 대한 암묵적인 기회를 준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차적으로 사퇴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고, 이분이 끝까지 사퇴하지 않겠다고 버티신다면 적절한 시점에 저는 대통령께서 해임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9월 21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9월 21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연합뉴스


하지만 이 같은 문 대통령과 여권의 움직임이 과연 인사권자와 집권 여당으로서 ‘정치적 책임’을 지는 행보냐는 비판이 야권을 중심으로 쇄도하고 있다. ‘정의로운 검사’로 윤 총장을 극찬한 문 대통령과 여당이 인사 실패의 책임을 당당하게 지지 않고 법의 영역 뒤에 숨어있다는 것이다.

국회 법사위 소속 유상범 국민의 힘 의원은 “대통령께서 지금까지 침묵을 했더라도 이 정도 되면 본인의 의사를 표명하는 게 맞지 않겠냐”면서 “결국 추미애 장관이 징계청구하고 나면, 징계 받아주는 걸로 가서 결국은 윤석열 총장을 밀어내기 한 건 내가 아니라 추미애 장관이다, 이렇게 말씀하시려고 하는 거냐”고 날을 세웠다.
/윤홍우·임지훈기자 seoulbird@sedaily.com

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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