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별로는 탄소 배출이 많은 철강과 석유화학·자동차 업계 등의 걱정이 크다. 특히 철강의 경우 용광로(고로)에서 쇳물을 뽑아내는 공정 전체를 바꿔야 한다. 남정임 철강협회 기술환경실 실장은 26일 산업연합포럼에서 “우리나라 고로 철강 업체들이 수소 환원처 방식의 전기로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투자와 매몰 비용은 110조 원에 달할 것”이라며 “그린 수소화 전력에 대한 인프라 구축을 전제로 정부가 길을 제시한 후에 공정 전환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도 충전 인프라에 대한 준비 부족을 지적했다.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은 최근 국가기후환경회의의 오는 2035년 혹은 2040년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제안에 대해 “내연기관차의 전기차 전환을 위해서는 발전설비, 충전 인프라 확충, 전기차 부품 업체 육성 등 사전 준비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국내 플라스틱 업체의 한 관계자는 “정부 요구대로라면 원가가 4~5배 더 비싼 생분해성 비닐을 만들어 팔아야 한다”며 “이런 수요가 없는 것은 물론 이를 위해 자체적으로 연구개발에 나서야 하는데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유럽 등 선진국처럼 펀드를 조성해 친환경 전환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남 실장은 “철강 생산량이 한국의 10분의 1 수준인 영국도 2억 5,000만 파운드가량의 펀드를 조성해 공정 전환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유럽 내 대표적인 제조업 강국인 독일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기요금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전력 다소비 산업의 경쟁력 지원 정책인 특별 균등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동희기자·양종곤기자 dwis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