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영화 '조제', 사랑의 설렘과 이별의 아픔까지…그 기억을 일깨우며

사랑의 형태는 가지각색이지만, 사랑에 빠지고 사랑을 나누는 순간 만큼은 누구나 같은 마음일 것이다. 영화 ‘조제’는 그런 ‘사랑의 기억’을 일깨우며 마음에 잔잔한 파장을 일으킨다.

영화는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집, 그 곳에서 책을 읽고 상상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짓고 살고 있는 조제(한지민)와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 영석(남주혁)의 이야기를 그린다.

몸이 불편해 외출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조제는 혼자 집을 나섰던 날, 우연히 영석을 만나게 된다. 그는 책을 통해 세상을 접하고 다양한 상상을 하는 조제의 매력에 빠져들고, 사랑인지 호기심인지 모를 특별한 감정으로 그녀에게 다가가기 시작한다. 처음 경험해보는 사랑의 감정이 설레면서도 불안감을 느끼는 조제는 영석을 밀어낸다. 그러나 때때로 집을 찾아오는 영석을 보며 굳게 닫혀 있던 조제의 세계는 조금씩 열리기 시작하고, 그의 자리를 내어주기 시작한다. 항상 혼자였던 조제는 영석과 사랑을 나누며 미래를 그리고, 변화를 받아들이며 성장한다.

‘조제’는 2003년 이누도 잇신 감독이 연출해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일본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원작으로 한다. 영화 ‘최악의 하루’ ‘더 테이블’ 등을 연출한 김종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김 감독은 특유의 섬세한 시선으로 두 사람의 미묘한 사랑의 감정과 과정을 담담하게 쫓아간다. 방부제가 전혀 없는, 정적이고 느린 호흡으로 조제와 영석의 눈빛과 감정을 포착한다. 두 사람의 사랑과 이별, 행복과 불안이 공존하는 감정을 거쳐 서로에게 잔잔히 스며드는 과정을 차분하게 그려낸다. 덕분에 관객들은 두 사람이 느끼는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고, 우리 모두가 겪었던 사랑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끔 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함께 미소 짓고, 가슴 아파할 수 있는 아련한 여운을 전한다.



감각적인 영상미 또한 영화의 큰 미덕이다. 조제의 취향이 묻어나는 그의 집부터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헌책, 위스키 병, 가구 등을 통해 조제의 세계를 엿볼 수 있다. 두 사람의 사랑이 빚어지는 조제의 집은 너저분하기 그지 없지만, 사랑이 깊어질수록 변화하고, 정돈된다. 인물들의 감정 변화를 계절의 정취로 담아낸 점 또한 인상적이다.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 눈이 쌓이는 겨울, 꽃잎이 휘날리는 봄까지 계절에 따른 아름다운 풍광을 보여주고, 이는 인물의 감정선과 연결돼 정서적인 힘을 배가시킨다.

JTBC ‘눈이 부시게’로 호흡을 이미 맞췄던 한지민과 남주혁은 조제와 영석으로 분해 한층 깊어진 호흡과 감정을 그려냈다. 한지민은 사랑의 감정을 순수한 민낯으로 가감없이 표현한다. 사랑이 시작되는 설렘에서부터 가슴 아픈 이별의 과정을 섬세한 감정 연기와 눈빛으로 그려내며 관객을 오롯이 자신의 감정 안으로 이끈다. 한지민이 해석해 색을 입혀 새롭게 만든 조제는 성숙한 감성으로 특별한 매력을 더했다. 남주혁은 풋풋한 모습에서부터 사랑을 통해 한층 성숙해지는 영석의 변화를 따뜻하게 그려냈다.

사랑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조제 같은 존재가 한 명쯤은 있을 터. 영화를 본 이후에 먹먹함과 함께 복잡 미묘한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흘러 나오는 OST는 영화의 여운을 깊게 남긴다. 조제의 세계가 궁금한 관객이라면 추천하고 싶은 영화 ‘조제’다. 오는 10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