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의 초강세에도 불구하고 중국 통화 당국의 개입 신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 금융 당국이 사실상 위안화 강세를 용인한다는 것이다. 위안화 강세가 중국이 추진하려는 내수 확대를 기반으로 한 성장 전략과 맞아 떨어지는 동시에 수출 감소 우려도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위안화의 강세가 기본적으로 달러화 약세를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운신의 폭이 크지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4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을 전일 대비 0.13% 하락한(가치 상승) 6.5507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는 올해 고점인 지난 5월(7.1316위안)보다 8.1% 하락한 것이다. 이날 위안화 고시 환율은 2018년 6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최근 위안화 고시 환율은 11월 10일(6.5897위안) 6.5위안대에 진입한 후 한 달 가까이 머물고 있다. 위안화의 초강세가 이어질 경우 중국 당국이 시장에 개입할 것이라는 주장도 이제는 힘을 잃고 있다.
중국 정부가 최근 외환시장에 개입한 것은 지난달 17일이 마지막이다. 당시 인민은행은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 방식으로 500억 위안(약 8조 4,000억 원)을 이날 풀어 달러를 사들였다. 다만 이는 위안화 하락세를 다소 완만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 중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초강세를 방치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 배경에는 중국 공산당이 10월 말 중앙위원회 19기 5차 전체회의(5중전회)에서 내놓은 내수 기반의 ‘쌍순환’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 쌍순환론은 수출보다는 내수 활성화를 통해 중국 경제를 끌고 가겠다는 것이다. 위안화 가치가 떨어질 경우 이는 수입품 가격을 낮춰 소비 촉진을 유도할 수 있다.
수출 둔화 우려가 최근 줄어든 점도 위안화 강세 용인의 배경으로 꼽힌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이 여전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빠져 있는 가운데 이들 국가의 소비 축소보다는 생산 중단에 따른 중국으로부터의 수입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위안화 강세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11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4%가 늘어나며 완전히 평년 수준을 회복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위안화 강세가 기본적으로 미국 달러화의 약세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중국 정부의 정책도 제한돼 있다는 시각도 있다. 여전히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제로 금리’를 유지하려는 미국과 경기회복세가 완연한 중국 간의 통화정책 차이도 원인이 되고 있다.
또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주도하고 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타진하고 있는 중국 입장에서는 환율 조작국이라는 오명도 피해야 한다. 이강 인민은행 총재는 최근 한 콘퍼런스에서 “위안화의 유연성을 개선하고 위안화의 국경 간 거래를 방해하는 제약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위안화 강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중국 당국이 경기회복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KOTRA 중국지역본부 관계자는 “중국 당국이 통화관리에서 ‘안정’을 수시로 강조하는 상황에서 내년 평균 위안화 환율이 6.5%대로 강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