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소말리아에 주둔하는 미군 병력 대부분의 철수를 명령했다.
미 국방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이 국방부와 미 아프리카사령부에 2021년 초까지 병력과 자산을 소말리아 밖으로 재배치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소말리아에는 현재 미군 병력 700여명이 주둔하면서 무장단체 알샤바브를 상대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미군은 극단주의 테러 조직 알카에다와 연계된 알샤바브와의 전투를 위해 13년간 소말리아에 주둔해왔다.
공식 성명에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정부 관리들을 인용해 소말리아 주둔 미군의 거의 모든 병력이 철수 대상이고 상당수는 케냐와 지부티의 기지로 재배치된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철군 완료 시점은 트럼프 대통령 퇴임 직전인 내년 1월15일까지다.
이번 철군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 전까지 전 세계의 미군 병력을 줄이려는 구상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패배 이후인 지난달 17일에도 내년 1월15일까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주둔 미군을 감축하라고 명령한 바 있다. 이 명령에 따라 아프간과 이라크 주둔 미군은 각각 2,500명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마크 에스퍼 전 국방장관은 이러한 미군 병력 감축에 반대 의견을 내왔으나 현재 국방부를 이끄는 크리스 밀러 장관 대행은 소말리아 철군 결정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밀러 장관 대행은 소말리아 철군설이 나오던 지난달 말 소말리아 모가디슈를 방문해 현지 주둔 미군 병력과 직접 만나 대화하기도 했다.
다만 미군이 소말리아에서 철수하더라도 알샤바브 등 테러단체를 대상으로 한 작전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국방부는 강조했다.
국방부는 성명에서 “일부 병력은 동아프리카 밖으로 재배치되지만 나머지는 소말리아에서 활동하는 극단주의 폭력 단체들을 압박하는 작전에 참여하기 위해 이웃나라들에 재배치될 것”이라며 “이번 조치는 미국의 정책이 바뀐다는 의미가 아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리들도 WSJ에 케냐, 지부티 등으로 재배치되는 병력이 알샤바브와 이슬람국가(IS) 잔당을 상대로 한 대테러 작전을 수행할 때마다 소말리아로 재입국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소말리아 미군 철수 명령이 테러단체는 물론 중국을 이롭게 하는 행위라는 비판이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짐 랜저빈 민주당 하원의원은 “이번 조치는 알카에다에 항복하고 중국에 선물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중국이 미군 공백을 동아프리카 지역에서 영향력을 구축하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