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중국 베이징의 왕징은 지난 8월 한 달 내내 도로 공사의 소음에 시달렸다. 교통 체증을 우려해서인지 심야에 진행되는 공사로 주민들은 밤잠을 설쳤다. 대부분 공사는 밤 11시께 시작돼 새벽까지 이어졌다. 도로에 특별히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중국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회복을 위해 철도나 도로·공공건물 등에 대한 공사를 확대했다. 올해 공식 인프라 예산만 지난해 대비 6조 위안(약 1,000조 원)이 늘어났다.
베이징에 살다 보면 대중교통비가 너무 저렴해서 놀란다. 버스 요금은 기본이 2위안(약 340원)이고 비싸야 6위안(약 1,000원)밖에 안 된다. 반면 버스에 붙어 있는 인력은 많다. 운전기사에 더해 별로 하는 일 없는 승차 질서 유지원 한두 명과 안내양 한 명도 추가된다. 버스 1대에 최대 4명이 있는 셈이다.
베이징 지하철 요금과 인원 상황도 버스와 비슷하다. 특히 지하철에는 모든 출입구마다 5명 내외의 검문검색 인력이 보태진다. 베이징 지하철역 경비 인력만 총 3만 명에 달한다. 베이징시가 대중교통에 지출하는 예산은 어마어마하다.
정부든 기업·개인이든 수입에 맞춰 지출할 경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지출이 더 클 경우 결국 빚을 내야 한다. 빚이라고 해도 모두 나쁜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점점 악화하는 중국의 부채 상황은 일반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중국 사회과학원 산하 싱크탱크인 국가금융발전실험실(NIFD)은 9월 말 현재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식 국가총부채 비율을 270.1%로 집계했다. 이는 지난해 말(245.4%)보다 24.7%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올해 중국 GDP가 100조 위안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올 들어 9개월간 24조 위안(약 4,000조 원) 이상의 부채가 새로 쌓였다는 이야기다.
중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코로나19를 빨리 극복한 이유가 빚을 통한 경기 부양이었음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중국 측의 이런 통계마저 지나치게 낙관적이다. 국제금융협회(IIF)는 중국의 지난해 말 총부채 비율이 302%라고 집계했다. 올 9월 말 현재는 335%로 33%포인트가 더 늘었다고 지적했다. 9월 말 현재 전 세계 개발도상국의 평균 총부채율은 250% 정도다.
중국의 전망도 밝지 않다. 중국 정부는 오는 2035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실현’을 목표로 GDP를 올해의 2배로 늘린다고 선언했다. 이 경우 중국의 GDP는 200조 위안가량이 된다. 덩달아 빚도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IIF는 2008년 중국의 총부채율이 172%라고 집계했다. 부채율은 이후 10여 년 만에 2배가 됐다.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의 2035년 목표가 실현된다면 그때 총부채율은 400%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총부채율 400%는 우리 돈으로 13경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액수다.
중국의 경제가 빚으로 쌓아올린 체제라는 비판도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반면 중국 정부나 관변 학자들은 여전히 “정부가 잘 관리할 것”이라며 마치 짠 듯이 말하고 있다. 그러니 국민들은 이에 대한 고민이 없다. 여전히 대출을 받아 집과 차를 사고 회사를 운영하며 해외에서 물 쓰듯이 부를 과시한다.
중국의 국가 채무는 그동안 계속 늘어왔고 앞으로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 언제까지 이를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포장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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