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공수처장 후보 비토권 무력화를 골자로 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이 전날(9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며 현실화가 가까워오자 여권 인사들이 기대감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날은 정기국회의 마지막 본회의가 열리는 날이었다.
■ 이낙연 “개혁에는 고통 따르는법…권력기관 개혁 결실 직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본회의 표결만 남겨둔 공수처법 등 개혁 법안을 두고 “개혁에는 고통이 따르고 저항도 있다”며 “그런 저항을 포함한 모든 어려움을 이기며 우리는 역사를 진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이 최근 공수처법을 결사 반대하며 집단 행동에 나선 것을 염두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국민들께서도 역사 발전의 도도한 소명에 동참, 성원해주길 호소한다”며 “(공수처법 개정안 등이) 본회의 통과가 완료되면 우린 권력기관 개혁 내면화 노력을 지속하겠다”며 권력 개혁의 의지를 재차 확인했다. 이어 “국정원은 사찰과 공작의 어두운 과거와 결별하고 본연 임무에 전념하고 경찰은 역할과 책임을 검찰과 부분적으로 분담하면서 주민을 위한 자치경찰로 새로 출발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또 이낙연 대표는 이날 오후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역시 “지금은 민주화 이후 가장 크고 의미 있는 권력기관 개혁이 결실을 보기 직전”이라며 “야당은 필리버스터를 통해 법안 처리를 방해하려고 한다. 의원들께서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하면서 촛불명령 1호 완수에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표는 “민생, 공정, 정의, 미래를 위한 다른 입법과제도 매듭지어야겠다. 일부는 오늘 처리하기 어려운 것도 있지만 이어지는 임시국회까지라도 처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권력기간 개혁의 내면화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과 병행해 코로나 극복과 민생 안정, 경제 회복 등 미래로 중점을 옮기겠다”고 다짐했다. 아울러 “당장은 코로나 확산의 저지와 대처 그리고 치료제 사용과 백신접종을 가장 안전하고 신속하게 시작하는 방안부터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 김태년 “최대한 야당과 합의…그러나 결단 필요한 때”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야당과 합의에 최선을 다하겠지만 국민과 미래를 위해 결단이 필요할 땐 대담하게 행동하겠다”며 법안 처리를 강행하겠다고 다짐했다. 김 대표는 필리버스터를 예고한 국민의힘을 향해 “야당의 투쟁은 방향도 방법도 틀렸다. 국민의힘 요구대로 하다가는 4년 임기를 다 채워도 민생입법, 개혁입법은 요원할 것”이라고 비판하며 “오늘 본회의에서 처리할 법안은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민생, 개혁, 정의, 공정을 다룬 법안들이다. 특권과 반칙을 없애고 나라다운 나라로 나아가는 역사적인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원내대표는 오후 의원총회에서 역시 “야당에서 필리버스터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입법을 저지하려 한다”며 “의원들의 단일대오로 야당의 방해를 극복하고 법안 처리에 힘을 모아달라. 힘든 과정이 예상되지만 나라다운 나라를 만든다는 결연한 의지로 함께 해달라”며 야당의 입법 저지를 언급했다. 김 원내대표는 “잠시 뒤면 개혁입법, 민생입법을 완수하기 위한 본회의가 시작된다”며 “특권과 반칙을 없애고 공정하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역사적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국민의힘을 향해 “우리는 법 개정 없이 여야 합의로 공수처가 출범할 수 있기를 기대했지만, 야당이 오랜 시간동안 시간 끌기로 일관했다. 국민의 명령을 외면하고 시대적 요구인 공수처 출범을 막아왔다”며 현행 공수처법은 야당에게 부적격 처장 후보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을 권한을 준 것이지, 공수처 출범 자체를 묻지마 반대할 권한을 준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우리는 오늘 공수처법을 개정해 야당의 발목잡기에서 벗어나 공수처를 출범시킬 것이다. 또한 경찰법, 국정원법 처리를 통해 권력기관들의 권한을 분산하고 상호 간 견제가 가능하게 할 것이다“라고 강조헀다.
■ 신동근·최인호 “DJ·盧 이루지못했던 뜻…민주주의 책임감의 발로”
당 최고위원들도 뒷따라 검찰개혁의 당위성을 언급했다. 신동근 민주당 최고위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공수처를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이를 공약했으나 검찰 저항과 보수 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며 “24년의 기간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던 검찰개혁이 공수처법 본회의 통과로 감격의 순간을 맞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가 진정 투명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의지가 있다면, 공정한 수사를 바란다면 공수처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같은당 김종민 최고위원은 검찰을 향해 “자신의 이해와 안 맞으면 어떤 상대라도 그게 국민이 선출한 최고 권력(대통령)이어도 거침없이 올가미를 던져 달려드는 통제불능을 언제까지 참아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종교인들의 검찰개혁 관련 공동성명을 언급하며 “1919년 3·1운동부터 6월항쟁까지 국가 민주주의 위기때마다 종교인들은 신앙인으로서 사회의 빛과 소금, 등불 역할을 계속해왔다”며 “검찰은 종교인들의 질타를 뼈아프게 듣고 과잉권력을 내려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법안의) 단독 처리 부분에 대한 아쉬움도 있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국민께 양해를 구한다”면서도 “공수처 출범은 180석의 의석을 부여한 국민에 대한 책임감의 발로이자 민주주의 역사 발전에 대한 책임감의 발로”라고 밝혔다.
■ 민주당, 국민의힘에 ‘맞불 필리버스터’…국민에 당위성 설명할것
한편 민주당은 이날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추진에 맞서 본회의장 토론에 나서기로 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야당이 필리버스터로 법안처리에 반대 의견을 내는데 우리도 가만히 있는 것보다 왜 이법을 처리해야 하는지 국민께 설명드리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필리버스터의 취지를 설명했다. 다만 얼마나 많은 의원이 필리버스터에 참여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무기한 토론보다는 법안 설명과 처리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데 시간을 할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