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5일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코로나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시련에도 불구하고 터널의 끝에 빛이 있습니다”라고 희망을 이야기했다. 12월 9일 문재인 대통령도 “백신과 치료제로 긴 터널의 끝이 보입니다”라고 거의 동일한 내용을 전했다.
그러나 정말로 터널의 끝이 보이기 시작한 나라는 어디일까? 독일을 포함한 유럽연합이 이미 확보한 백신 물량은 무려 15억 8,500만 회분이다. 전체 인구의 1.5배가 접종할 수 있는 물량이다. 메르켈 총리의 발언은 내년 새해 첫날부터 백신 접종을 예고하면서 한 이야기이다. 또한, 위기를 넘기 위해 미래세대의 재정을 끌어다 쓴 점도 국민에게 고백하고 진정성 있게 사과하고 상환계획도 밝혔다.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코백스로부터 1,000만 명분,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3,400만 명분(아스트라제네카 1,000만, 화이자 1,000만, 모더나 1,000만, 얀센 400만)의 백신을 선 구매할 예정인데, 실제 계약이 완료된 제약사는 아스트라제네카뿐이다.
여기에는 세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사용 승인을 받으려면 임상 3상을 통과해야 하는데,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도 존재하고 통과하더라도 내년 중반은 되어야 승인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아직 계약하지 못했고, 계약하더라도 다른 나라들의 선계약 물량을 먼저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사태가 마무리되어가는 2021년 하반기도 받을 가능성이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셋째, 임상 3상에 올라가도 통과될 확률은 지금까지 평균 58% 정도였고 백신의 효능도 100%가 아니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은 전 인구보다 많은 물량을 계약하고 있는데, 우리는 발표된 양을 모두 계약한다고 해도 이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캐나다는 인구 1인당 10.9회분, 미국 7.9회분, 영국 7.5회분, 호주 5.3회분, 일본도 2.3회분 등 주요 국가들은 인구 대비 100%가 넘는 백신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 그 외에도 인구보다 많은 백신을 선 구매한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멕시코 등과 비교하더라도 정부의 늑장대응과 그간의 자화자찬에 한숨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2월 8일에 영국이 가장 먼저 백신 접종을 시작했고, 12월 3주에 미국이, 내년 1월 1일에 독일이, 그리고 일본이 1월 중에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 인도, 인도네시아, 멕시코 등도 곧 백신 접종을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진행상황을 본다면 우리 국민들의 백신 접종은 훨씬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필자는 코로나19가 시작될 때부터 그리고 대통령이 지난 7월에 종식이 가까이 왔다고 말했을 때, 우리는 긴 터널의 1/3쯤 지나고 있음을 경고해 왔다. 모든 역량을 동원해 백신 확보에 힘써야 함도 조언했다.
지금은 국가적인 대위기 상황이다. 정부는 지금의 상황을 국민들에게 솔직히 고백하고,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국공립병원을 중심으로 중증환자를 전담할 전용병원을 지정하고 확대하며, 생활치료센터도 확충해야 한다. 코로나19를 최전선에서 막아낼 국공립병원 의료진, 군 의료진, 민간병원의 자원봉사 의료진과 전직 의료인 등을 중심으로 의료진 대부대를 구성해야 한다. 늦었지만 코로나19를 막아낼 백신과 치료제를 조기에 확보하기 위해 국력을 총동원해야 한다.
그리고 코로나19 전용병원 하나 없이, 백신과 치료제의 충분한 확보 없이 맞이하는 올겨울은 엄청난 시련의 계절이 될 것임을 국민들께 고백하고 함께 이겨내자고 호소해야 한다. 국가의 역할은 정권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