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지난달 변호사 신분이던 당시 취중에 택시 기사를 폭행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일파만파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경찰은 해당 사건을 단순 폭행죄로 취급하고 피해자의 의사를 반영해 처벌하지 않았는데 이를 놓고 일부 시민단체가 이 차관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19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이 차관은 지난달초 밤늦은 시간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에서 택시기사의 멱살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택시 기사는 당시 술에 취해 차 안에서 잠에 빠진 이 차관을 깨우려다 이 같은 봉변을 당했다. 택시 기사는 112에 신고했고 경찰이 출동해 당시 변호사였던 이 차관의 신분을 확인하고 나서 추후 조사하기로 하고 돌려보냈다. 해당 택시 기사는 이후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이후 이 차관을 형사 입건하지 않고 내사 종결로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운행 중인 자동차 운전자에 대한 폭행을 가중 처벌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적용하지 않고 형사법상 단순 폭행 혐의로 간주했는데 단순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여서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가해자는 처벌을 면할 수도 있다.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19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권력자는 힘없는 택시기사를 폭행해도 처벌받지 않는 세상”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정차 중 택시·버스기사를 폭행한 사건 중에서 합의되었음에도 내사종결 않고 송치한 사례가 있다면, 이용구 엄호사건은 명백한 봐주기 수사다. 직권남용이고 직무유기”라며 주장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관내 운전자 폭행 사건에 대한 전수조사를 촉구했다.
보수성향 시민단체인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은 이용구 차관에 대해 특가법상 제 10조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고 19일 밝혔다. 특가법에 따르면 운행 중 혹은 승차·하차를 위해 일시 정차한 경우에 자동차 운전자를 폭행하거나 협박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법세련은 목적지에 도착하여 택시를 일시 정차하고 이 차관을 깨운 행위는 ‘여객의 승차·하차 등을 위하여 일시 정차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 차관이 목적지에 도착하여 택시를 일시 정차하고 자신을 깨운 택시기사에게 욕을 하면서 뒷덜미를 움켜쥔 것은 운행 중인 자동차의 운전자를 폭행하거나 협박한 것에 해당한다”는 게 법세련측 지적이다.
반면 서초서측은 기존 판례에 따라 이 차관 사건을 단순 폭행 사건으로 간주했다는 설명이다. /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