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CGV(079160)가 터키 법인을 인수하면서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렸던 자금을 조기 상환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원리금 부담이 크게 불어나자 만기 연장이나 기업공개(IPO) 추진 대신 부담을 더 늘리지 않는 쪽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2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CJ(001040) CGV는 2016년 터키 법인 마르스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메리츠종금증권과 맺은 총수익스와프(TRS)파생상품을 계약 만기인 내년 5월까지 모두 갚기로 했다. CJ CGV는 이자를 줄이고 시장 우려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내년 초 조기 상환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CJ CGV가 TRS 투자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돈은 원리금 등을 모두 합쳐 3,500억원 수준이다. 이 회사는 상환 자금 마련을 위해 지난달 2,000억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기도 했다.
당초 CJ CGV는 터키 법인을 인수할 때 메리츠종금 등으로부터 2,900억 원을 투자받았다. 하지만 CJ CGV는 원화 기준으로 투자원금을 보장하는 바람에 리라 환율 하락분 600억 원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처지다.
회사 재무에 부담을 안기고 있는 것은 터키 법인 뿐만이 아니다. CJ CGV는 시장 상황이 나빠지던 2019년에도 동남아와 중국 홍콩 법인에 투자금을 받으면서 불리한 조건을 떠안았다. 당시 MBK와 미래에셋대우 PE로부터 3,300억 원의 자본을 조달하면서 일정 기간 이내 IPO 등에 성공하지 못하면 투자 지분을 CJ CGV가 되사주는 옵션을 걸었다. 만약 기업가치 하락으로 CJ CGV가 이를 포기하면 MBK 등은 CJ CGV보유 지분까지 묶어 매각할 수 있으며, 이 경우 CJ CGV는 일정 이상의 수익률을 MBK 등에 돌려줘야 한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MBK는 기업의 특수 상황에 다양한 구조로 투자하는 스페셜시츄에이션(Special Situations) 펀드를 통해 투자했는데 일반 경영권 바이아웃(Buy out) 펀드보다 조건이 까다롭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CJ CGV는 지난 7일 중국과 동남아 법인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자본을 5,650억 원에서 4,846억 원으로 줄이는 무상감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문제는 코로나19 여파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상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CJ CGV의 당기 순손실은 올 3·4분기까지 4,250억 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자본규모는 2019년 말 6,011억 원에서 2020년 3분기말 3,569억 원까지 줄었다. 총차입금은 2019년말 3조 555억 원에서 2020년 3·4분기 3조 2,464억 원으로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투자금 상환은 물론 사업 개편 차원에서 CJ CGV와 CJ ENM(035760)을 합병한 뒤 기업가치를 키울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CJ는 ENM과 CGV의 지분을 각각 40.07%와 38.40% 보유하고 있으며, CJ ENM은 CJ CGV 터키법인 인수 당시 1,000억 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다만 그룹의 핵심사업을 실적악화 사업과 합칠 가능성은 낮다는 반론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