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미국이 각각 자체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두고 은근한 신경전을 벌였다.
주러 미국 대사관은 27일(현지시간) 존 설리번 대사가 러시아가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 접종을 권한 러시아 외무부의 제안을 정중히 거절했다고 밝혔다. 미 대사관 공보관은 이날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에서 “설리번 대사는 백신에 관한 러시아 외무부의 제안에 사의를 표했지만, 러시아인들을 위한 스푸트니크 V 백신을 선택하길 원치 않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미 2가지 미국 백신이 승인을 받아 유럽연합(EU), 영국, 라틴 아메리카, 미국 등에서 코로나19와의 싸움에 도움을 주고 있는데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대사가 러시아 백신 대신 미국 화이자와 모더나가 개발한 백신을 접종받을 계획임을 시사했다.
대사관은 그러면서 “러시아 외무부가 우리의 크리스마스 소원에 귀를 기울인다면 우리에게 가장 좋은 선물은 불법으로 억류된 미국인 폴 윌런과 트레버 리드를 즉각 석방하는 것이 될 것”이라며 러시아에 수감 중인 미국인 석방을 촉구했다. 미 해병 출신의 윌런은 간첩 혐의로, 또 다른 미 해병 출신의 리드는 현지 경찰관 위협 혐의로 러시아에 수감 중이다. 코로나19 백신을 매개로 양국 갈등 현안 가운데 하나인 억류 미국인 석방을 압박한 것이다.
앞서 설리번 대사(61)는 대사관 페이스북 공식 계정을 통해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잘 지키고 있다”면서 “산타가 코로나19 백신을 선물해주길 바란다”는 글을 올렸다. 이에 러시아 외무부는 트위터 계정을 통해 설리번 대사의 글에 답하면서 러시아 백신 스푸트니크 V가 60세 이상 고령자들을 위해 승인됐으니 ‘산타클로스의 이 선물’을 이용하라고 권고했다.
러시아 보건부는 지난 26일 18~60세 접종용으로만 승인했던 스푸트니크 V 백신을 60세 이상 고령자에게도 접종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러시아 당국은 지난 8월 자국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센터’가 개발한 스푸트니크 V 백신을 세계 최초로 승인했다. 하지만 통상적인 백신 개발 절차와 달리 3단계 임상시험(3상)을 건너뛴 채 1·2상 뒤 곧바로 승인해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조만간 자신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대해 밝힐 것이라고 크렘린궁 대변인이 27일(현지시간) 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자국 TV 방송 ‘로시야-1’과의 인터뷰에서 현지 보건당국이 전날 60세 이상 고령자에 대해서도 ‘스푸트니크 V’ 백신을 접종할 수 있도록 허가한 것과 관련 68세인 푸틴 대통령의 접종 계획에 대해 묻자 이같이 전했다. 페스코프는 “가까운 시일 내에 대통령이 스스로 취해진 결정에 관해 얘기할 것”이라면서 푸틴 대통령이 직접 접종 사실을 공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페스코프는 “그는(푸틴 대통령은) 반드시 접종받을 것이라고 스스로 말했으며 (그동안) 모든 절차가 완료되길 기다려 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