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혈세로 살렸더니 물류대란 속 파업 몽니 부리나

국내 유일의 국적선사인 HMM(옛 현대상선) 노조가 파업을 예고해 새해 벽두부터 수출 대란이 우려된다. HMM해원연합노동조합은 조합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내세워 31일 열릴 중앙노동위원회 2차 회의에서 사측과 임금 인상에 합의하지 못하면 내년 1월 1일부터 창립 이래 첫 파업을 벌일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상반기에 쌓였던 물동량이 한꺼번에 몰려 물류 대란이 빚어진 와중에 HMM마저 파업에 돌입한다면 국내 기업들의 수출길이 막힐 우려가 크다.


노조 측은 올해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섰다며 2012년 이후 물가 상승률을 감안해 8%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회사 측은 “여전히 채권단 관리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10년간 적자 지속으로 성장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노조에서는 회사가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내는 만큼 이번에는 임금 수준을 대폭 올려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계에서는 선박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운 터에 대형 선사인 HMM이 멈춘다면 수출 대란은 피할 수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세계 7대 선사였던 한진해운의 파산으로 전체 수송 능력도 크게 줄어든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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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은 2016년 파산 위기를 맞아 정부가 2022년까지 6조 원 규모의 혈세를 지원하기로 약속해 간신히 살아난 회사다. 벼랑 끝에 내몰렸다가 대형 국적 선사가 필요하다는 국민의 응원과 지지를 받아 간신히 회생하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글로벌 물동량 변화 등 외부 요인으로 경영 여건이 좋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희생의 대가를 요구하며 파업 몽니를 부리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지금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국가적 위기 상황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수출 중소·중견기업일수록 “파업으로 제때 납품 기한을 지키지 못하면 배상해야 한다”며 노심초사하고 있다. HMM 노조는 수출 업계 전반에 미칠 파장과 고통 분담 차원에서 무리한 요구를 자제하고 회사 측과 진지한 협상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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