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만파식적]포모증후군



새해 아침 행복한 표정 속에 싸늘한 주검으로 변한 덴마크 동화 ‘성냥팔이 소녀’는 언제 봐도 가슴 저민다. 추운 밤 성냥을 한 갑도 팔지 못하고 헤매던 소녀가 아버지가 무서워 집에도 가지 못하고 어느 집 창가에 이르렀다. 창문 너머 집 안의 가족들은 너무도 따뜻하고 안락하고 즐거워 보였는데 그럴수록 소녀의 추위와 허기는 한층 더 심해졌다. 성냥팔이 소녀가 이때 느끼는 소외감은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을 설명할 때 쓰이기도 한다.


포모 증후군이란 자신만 흐름이나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 같은 심각한 두려움을 나타내는 고립 공포감을 의미한다. 원래 ‘한정 판매’ 등 공급량을 줄여 소비자를 조급하게 만드는 것을 나타내는 마케팅 용어였다. 나중에는 사회 병리 현상을 설명할 때도 자주 쓰이게 됐다. 잠자기 전에도, 아침에 일어나서도, 작업 중에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챙겨보고 운전 중에도 문자를 확인하는 버릇을 갖게 됐다면 포모 증후군을 의심해보는 것이 좋다고 한다. 미국에서 절반가량의 성인이 포모 증세로 고통을 겪고 있다는 통계가 나온 적도 있다. 포모 증후군이라는 말은 2004년 작가인 패트릭 맥기니스가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잡지에 사회 이론과 관련한 글을 기고하면서 사용해 널리 퍼졌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이런 증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덜 효율적으로 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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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 유동성으로 주식·비트코인 가격이 폭등하자 포모 증후군에 빠진 개인 투자자들이 너도나도 빚을 내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양상이다. 11일 코스피 시장에서는 개인 투자자들이 4조 4,774억 원어치나 주식을 순매수했다. 일별 기준으로 코스피 사상 최대 규모다. 증권가에서는 ‘동학 개미’로 불리는 개인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대거 사들여 “포모족(族)이 ‘9만 전자’를 만들었다”는 얘기도 나왔다. 묻지 마 식으로 ‘빚투’에 나섰다가 실패해 정신과 상담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증권가에는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격언이 전설처럼 내려오고 있다. 기회 상실 공포증에 빠져 너무 욕심을 내다가 큰 손실을 보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할 시점이다. /오현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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