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드라마 ‘하얀 거탑’의 주인공 장준혁은 간담췌(간·담도·담낭·췌장) 분야의 외과 교수로 자신도 담관암으로 사망하는 결말을 맞았다.
담관암은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쓸개즙)이 십이지장으로 내려가는 길인 담관(담도)에 생긴 악성 종양. 이웃한 췌장암보다 덜 알려져 있지만 췌장암 만큼이나 치료가 어렵고 치명적이다. 담낭(쓸개)은 일시적인 담즙 저장고인 담낭(쓸개)에도 암이 생길 수 있다.
담관암은 해부학적으로 (1)간내담관암 (2)간문부담관암 (3)원위부담관암으로 나뉘며 치료 전략이나 예후가 다소 다르다. 2000년대 이후 각 부위별로 유전적 특성이 다른 것으로 확인돼 담관암을 ‘서로 이웃한 다른 암종들의 조합’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여기에 (4)담낭암 (5)바터팽대부암까지 더해 ‘담도계 암’으로 부르기도 한다.
담관암은 세부 종류가 꽤 다양하므로 정확한 정보나 치료를 위해서는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해야 한다.
담관암이 생기는 대표적 원인은 간흡충증(간디스토마). 자연산 민물고기 회를 섭취했을 때 감염되는 경우가 많다. 보통 증상이 없고 구충제를 복용하면 기생충 감염 자체는 호전될 수 있다. 문제는 간흡충증에 이환되고 담즙 정체가 쌓이면 결국 담관의 구조가 파괴돼 담관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감염 자체보다 그로 인한 담관 손상이 더 큰 문제라는 얘기다. 우리나라는 민물고기를 생식으로 즐겨먹는 중국·태국과 함께 대표적인 담관암 호발 국가다.
담관암에 대한 가장 확실한 치료는 수술적 절제다. 물론 종양이 발생한 위치에 따라 수술 방법이 다양하고 수술 검체의 상태, 림프절 전이 등에 따라 수술 후 치료 전략 및 예후가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진단 시 ‘수술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어느 정도 조기에 발견됐다는 의미를 가지므로 담관암 역시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빠른 발견이 가장 중요하다.
담관암이 담관의 안쪽으로 자라나는 유형이면 황달 같은 증상을 통해 발견이 빠를 수 있다. 하지만 담관 벽을 타고 퍼지거나 담관 바깥쪽으로 자라는 암이면 초기 증상이 없어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담관암은 조기 혈액 표지자가 마땅치 않고 적절한 선별검사도 확립돼 있지 않다. 따라서 국가건강검진을 성실히 받고 간흡충증, 간내 담석증, 선천적 췌담관 합류이상 이력이 있는 고위험군이라면 정기검진을 받는 게 조기 발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만약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원격전이가 있는 진행성 담관암 환자라면 일차적으로 항암치료가 권고된다. 2010년대 들어 복합항암화학요법인 ‘젬시타빈+시스플라틴’ 요법이 1차 항암요법으로 자리를 잡았다. 최근에는 특정 유전자의 이상을 가진 환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표적치료제도 개발되고 있다. 특정 단백질을 발현하는 일부 환자에서 면역항암제 치료가 성과를 나타내기도 한다. 원격전이가 발생하진 않았지만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광역동치료나 내시경적 고주파소작술 등 국소치료를 활용할 수도 있다.
한 가지 기억할 사항은 ‘암 자체를 없애거나 줄이는’ 치료 만큼이나 중요한 게 막힌 담즙을 효과적으로 배출하는 치료라는 점이다. 특히 여러 갈래의 담관이 3차원적으로 막히는 간문부 담관암은 암 자체의 진행보다 반복적 폐쇄성 담관염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담즙 배출을 원활하게 하려면 내과, 영상의학과, 외과 등 여러 진료과의 다학제적 접근이 중요하다.
20년 전만 해도 담관암은 치료법이 마땅치 않은 ‘불치병’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는 치료방법의 발전과 조기발견율 증가로 ‘해볼만한 난치병’으로 인식하는 시대가 됐다. 조기에 발견해 수술한 뒤 5년 이상 완치 상태로 지내는 환자들도 많아지고 있다. 때문에 담관암 진단을 받았다고 낙담할 게 아니라 전문가와 함께 적절한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게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담관암 예방과 극복을 위해 세 가지를 기억했으면 한다. 첫째, 국가건강검진을 성실히 받자. 둘째, 민물고기는 가급적 익혀 먹자. 셋째, 담도계 암은 여러 다른 암종들의 조합이므로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자. /이종찬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