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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민주주의 역설…'가짜뉴스의 놀이터' 되다

■쉽게 믿는 자들의 민주주의

제랄드 브로네르 지음, 책세상 펴냄





‘알 권리, 말할 권리, 결정할 권리’는 민주주의가 지키고자 했던 요체였다. 모든 시민들이 이 권리를 확실히 보장 받는다면 인터넷 발달로 정보 접근성도 좋아진 시대상과 맞물려 시민들이 정치의 주체가 되는 참여 민주주의가 활성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덕분에 '합리적 의심'은 민주 시민의 당연한 덕목이 됐고, 언론 보도나 지식인들의 주장도 의심과 비판의 대상이 되는 일이 많다. 그런데 그 어떤 주장도 절대적 권위를 누릴 수 없게 되면서 되레 음모론과 가짜뉴스가 판을 친다. 현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국면만 봐도 그렇다. 많은 이들이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불신을 제기된다. 정부와 자본이 전염병을 국민 통제의 지렛대로 이용한다는 식의 음모론이 횡행한다. 한 여론조사에서는 백신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30%를 넘어서기도 했다.



‘쉽게 믿는 자들의 민주주의’는 민주주의의 특성으로 인해 시민들이 오히려 잘 속는 사람이 되고, ‘믿는 것’과 ‘아는 것’이 뒤엉켜 진실을 가리게 된 현실을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2000년대 중반부터 인터넷 시대와 함께 진전된 정보 시장의 자유화가 공공의 영역에 거짓을 퍼트리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고 경고해 온 제랄드 브로네르 파리 디드로대 사회학과 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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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가짜뉴스의 확산 메커니즘을 알기 쉽게 설명하기 보다는 각종 실험 사례와 다양한 이론을 이용해 사람들이 음모론에 빠지는 흐름을 분석한 학술서다. 저자는 음모론이 힘을 얻는 경향에 대해 “되는 대로 끌어 모아 쌓아 놓은 개별 논거가 형편없을지언정 ‘이 많은 게 모두 거짓일 순 없다’는 느낌 때문에 전체적으로 그럴듯한 진실처럼 여겨지게 되는 마술”이라고 분석한다. 특히 스스로 많은 지식을 안다고 생각하는 고학력자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쉽게 음모론에 빠져든다고 책은 지적한다. 대중에게는 합리적 답을 찾기 위해 ‘조금 더’ 시간을 들여 생각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비판적 사고가 체계 없이 뻗어나가 맹신으로 이어지는 일도 많다. 과학 발전과 민주화를 이끄는 데 공헌한 ‘의심과 비판’에 대한 신념이 때로는 진실을 공격하는 역효과를 낳는 셈이다.

저자는 이처럼 음모론이 힘을 얻고 진실을 밀어내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과학과 상식에 기반을 둔 진정한 ‘지식의 민주주의’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모두가 정보에 쉽게 접근하고 말할 수 있는 시대와 숙의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틀어 막을 수는 없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교육이다. 저자는 “직관이 이성의 상실을 제안할 때 이를 막는 비판적 사고방식은 꾸준한 연습으로만 얻을 수 있다”며 “정규 교육기간 내내 역점을 둬 체계적 사고를 발휘할 길을 교육을 통해 꾸준히 내야 한다”고 말한다. 1만7,000원.





박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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