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물 들어와도 저을 노가 없다" 한국, 원격의료 '나홀로 잠잠'

코로나 확산에 비대면 진료 폭증

美 등 해외선 원격의료 급성장세

한국선 의료기관 밖은 모두 불법

협의체 통한 사회적논의 서둘러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진료에 대한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폭증하고 있다. 관련 기술 개발과 산업 확장이 급속하게 이뤄지는 가운데 한국은 홀로 잠잠하다.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상위 15개국 중 한국만 유일하게 비대면 진료·처방 등 의료행위를 전면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초 개최된 세계 최대 규모 소비자 가전·ICT(정보통신기술) 전시회 ‘CES’ 최대 화두 중 하나는 헬스케어였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 진료가 주목받으면서 안과, 뇌, 심전도 등 여러 의료분야에서 인공지능(AI)·가상현실(VR)·5세대(5G) 통신 기술 등을 접목한 비대면 헬스케어 기술과 플랫폼 서비스가 다수 발표됐다.


미국 등 해외 국가들은 비대면 진료를 의료 현장에 도입한 지 오래다. 중국은 지난 2014년부터, 가장 보수적인 국가로 평가받던 일본도 지난 2015년부터 원격의료를 전면 허용하고 있다. 미국의 원격의료 전문기업 ‘텔라닥(Teladoc)’은 시가 총액이 180억 달러(약 20조 원)가 넘는 공룡 기업으로 성장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표한 글로벌보건산업동향에 따르면 미국의 원격의료 이용률은 코로나19 이전과 대비해 4,300%나 폭증했다. 미국 원격의료 시장은 연평균 38.2% 성장해 오는 2025년에는 145조 원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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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국 의료는 ‘외딴 섬’이다. 현재는 코로나19 상황으로 문진, 의사 화상 진료 및 전자 처방을 비롯한 부분적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된 상황이지만 일시적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환자가 의료기관에서 발급받은 처방전을 가까운 약속으로 전송한 뒤 의약품을 수령할 수 있게 해주는 비대면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배달약국(현 닥터나우)’은 현행법 위반 논란으로 운영 6개월 만에 서비스를 중단하기도 했다. 약사가 아니면 약을 판매할 수 없고, 약국이 아닌 곳에서 약을 보관할 수 없다는 약사법이 문제가 된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서비스를 일시적으로 허용하기로 다시 결정했지만 법 개정은 첩첩산중이다.

사회적·산업적 효용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비대면 진료 도입이 늦어진 이유는 요지부동인 정책과 규제 때문이다. 국내 의료법은 진료가 의료기관 내에서 이뤄지지 않으면 모두 불법으로 규정한다. 정부는 다년간의 공공 시범사업과 18대 국회부터 입법을 추진하며 비대면 진료를 도입하려 했지만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원격진료, 의약품 처방·수령 등을 비롯한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이언 가천대 길병원 교수는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 대유행은 한 번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비대면 의료 수요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 의료계, 국민 등 의료 생태계를 이루는 모든 이해 당사자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통해 사회적 논의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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