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으로 가득한 유령도시 같다.”(로이터통신)
20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린 워싱턴DC는 새 시대를 환영하는 축제의 장보다는 긴장감이 감도는 요새에 가까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취임식 참석이 제한되고 제2의 폭력 사태를 막기 위해 대규모의 주 방위군이 투입됐기 때문이다. 한 러시아 언론은 이를 두고 “미국판 미니 바그다드”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이날 취임식 현장에 투입된 주 방위군은 2만 5,000명에 달한다. 미 CNN 방송은 지난 취임식에 투입된 주 방위군 규모의 약 2.5배에 달해 역대 최다 규모라고 밝혔다. 취임식 전날에는 주 방위군 12명이 취임식과 관련해 부적절한 글을 쓰고 과거 우익 민병대와 연관된 활동을 한 적이 있다며 경비 임무에서 배제됐다. 이들이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을 겨냥해 모의한 정황은 없지만 폭력의 작은 불씨까지 제거하기 위한 국방부의 특단의 조치로 풀이된다.
주 방위군은 취임식 현장은 물론 워싱턴DC로 연결되는 모든 도로를 철통 경비했다. 워싱턴DC와 버지니아주를 연결하는 여러 교량이 폐쇄됐고 포토맥강과 애너코스티아강 주변도 봉쇄됐다. 취임식이 열리는 의사당 주변에는 날카로운 날이 달린 레이저 와이어 펜스가 설치됐고 콘크리트 장벽도 세워졌다. 러시아 영문 보도 채널 러시아투데이는 미국이 의사당 주변에 출입하는 모든 차량과 주민·사업자를 대상으로 검문을 펼치자 지난 2003년 이라크 바그다드 중심부에 지정된 ‘그린존’이 떠오른다고 전했다.
연방수사국(FBI)도 6일 의회에 난입한 트럼프 지지자들이 다시 범행을 저지를 가능성에 대비해 경계를 강화했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FBI는 의회 인근에 파이프 폭탄 2개를 설치한 용의자를 “최우선 순위”로 추적해 만일의 폭력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에서는 8일 비디오 공유 사이트에 영상을 올려 무기를 들고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으로 가라고 촉구한 남성이 19일 체포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