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명의 승객이 택시나 승용차의 오른쪽 뒷좌석에 탔을 때 2개의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한다면 어느쪽 창문을 여는 게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까.
미국 매사추세츠대학과 브라운대학 물리학자 등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차내 공기 흐름을 분석했더니 운전자·승객쪽 창문보다 반대쪽 창문 2개를 여는 게 두 사람 모두의 감염 위험을 줄이는 데 훨씬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됐다.
뒷좌석 왼쪽 창으로 들어온 공기가 승객쪽 창에 부딪친 뒤 승객의 날숨과 함께 앞 좌석 오른쪽 문을 통해 빠르게 흘러나가기 때문이다. 두 사람 사이에 어느 정도 ‘에어 커튼’이 형성되고 운전자의 날숨에 섞여 있는 물질들이 승객에게 도달하는 농도도 감소했다.
승객→ 운전자 감염 위험을 낮추려면 여기에 승객쪽 창문을, 운전자→ 승객 감염 위험을 낮추려면 운전석 창문을 함께 여는 게 효과적이었다.
연구팀이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자동차에 에어컨이나 히터를 켜고 창문을 닫은 채 주행하면 차량 내 앞쪽 공기압이 뒤쪽보다 약간 낮아 실내 공기가 뒤쪽에서 앞쪽으로 흐르는 경향을 보였다. 두 사람 간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포함된 비말(침방울)이나 공기 중에 떠다니는 비말핵(에어로졸)의 8~10%가 다른 사람에게 도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4개 창문을 완전히 열면 에어로졸의 0.2~2%만이 두 사람 사이를 이동했다.
반면 운전자·승객쪽 창문 2개을 열면 승객쪽 창에서 운전석쪽 창으로 흐르는 강한 기류 때문에 차내에서 시계 방향의 재순환 흐름이 만들어져 운전자의 날숨에 포함된 에어로졸 등이 효과적으로 희석되지 못한채 승객쪽으로 이동했다.
이런 시뮬레이션 결과는 시간당 공기변화율(ACH율) 등 수치로도 뒷받침됐다. 4개 창을 모두 닫았을 때 시간당 공기변화율이 62, 운전자·승객쪽 2개 창문을 열었을 때 89였는데 반대쪽 2개 창문 또는 이를 포함한 3개 창문을 열었을 때는 150 안팎으로 큰 차이가 났다.
물론 4개 창문을 모두 열면 차 안에 좌우 구분되는 공기 흐름 경로가 만들어져 운전자·승객 간의 교차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당 공기변화율도 250으로 한 수 위였다.
이번 연구는 창문을 활짝 연 상태를 가정한 것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연구팀은 창문을 반, 4분의1만 열어 환기할 경우에 대한 시뮬레이션 결과도 곧 발표할 예정이다. 반을 열어 환기하면 완전히 여는 것과 효과가 비슷하고 4분의1만 열 경우 효과가 꽤 떨어졌다.
그러나 추운 겨울에 2개 창문을 반쯤 연 상태로 계속 주행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마스크를 꼈으니 잠깐씩이라도 창문을 반쯤 열어 환기를 자주 하는 게 차선책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