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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기름 만드는 방유당 손민정 대표, "깨는 사실 커피보다 예민해"







명절이 되면 눈 깜짝할 새 없이 바빠지는 곳이 있다. 명절만 다가오면 이곳의 직원들은 몇 시간이고 반복해 상자를 접고 포장을 한다. 명절이면 직원들은 이 고됨에 원성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 결과물을 보며 누구보다도 더 뿌듯해한다. 바로 청춘참기름 '방유당'의 이야기다. 방유당은 참기름을 만든다. 그렇지만 참기름을 넘어서는 가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기도 하다.



처음부터 방유당이 탄탄대로를 걸었던 것은 아니다. 지금의 기름 맛에 다다르기까지 3년에 가까운 시간이 필요했다. 우여곡절 끝에 방유당의 참기름은 완성됐고 많은 고객들에게 명절마다 인정을 받고 있다. 방유당 손민정 대표를 만나 브랜드와 그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Q. 방유당은 어머니의 기름집을 물려받은 것이었다.

A. 대학교에서 디자인을 배우면서 많은 기업의 콘텐츠를 만들었다. 어릴 때부터 기름집에서 일을 도우면서 부모님의 상황을 많이 봐왔다. 콘텐츠가 가진 관점들이 왜 우리 기름집에는 오지 못했을까 싶었다.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 무엇이 얘기가 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기름집에 앉아 있으면, 부모님은 기름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손님들에게 천천히 얘기를 해주신다. '내 기름'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모습을 보며 이 과정이 하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겠구나 싶었다.

Q. '전통'이라는 표현은 와닿지만, 로스팅이란 표현은 썩 참기름과 연결되지 않는다.

A. 공부를 많이 했다. 여러 브랜드와 제품들에 대해 알아가던 중 커피와 기름의 성향이 비슷하다는 걸 알게 됐다. 로스팅이라는 과정을 통해 맛의 특징이 부각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기름의 맛은 사실 '어떻게 짜내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볶느냐'에 따라 맛이 좌우된다. 깨는 사실 커피보다 훨씬 작고 그래서 더 예민하다. 로스팅은 볶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기 위한 키워드였다.

Q. 눈에 띄는 것은 사실 병의 디자인이었다.

A. 소주병에 담긴 기름을 먹고 자란 세대다. 디자인을 전공한 만큼, 이 부분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많이 공부했다. 사람들이 어떤 것을 프리미엄으로 느낄까. 가장 많이 시선이 간 건 와인병이었다. 디자인, 크기와 형태, 그립감 등 모든 요소를 따져봤을 때 와인병이 제격이었다. 지끈 역시 시각적으로 예쁘기도 하지만, 기름이 흐르는 걸 막아주는 역할도 한다.


Q. 수작업으로 포장한 선물 세트의 패키지 디자인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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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고가의 제품이다. 내가 선물하는 건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구매를 많이 하신다. 그분들이 방유당을 찾게 되는 이유 중에 이 포장 역시 큰 부분을 차지한다. 나 역시 정성을 다해 만든 기름을 아무렇게나 포장하고 싶지 않았다. 박싱, 리본, 인장 등에 고급스러움을 담고자 했다. 많은 부분을 여전히 수작업으로 진행하는 명품들처럼 말이다. 이 패키지에 자부심을 느끼는 이유다.

Q. 맛은 어떤가. 방유당의 기름이 다른 기름과 다른 점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A. 맛에 예민하다면 대번에 차이를 알아차릴 수 있을 거다. 기름이 잘 볶아졌을 때, 덜 볶아졌을 때, 과하게 볶아졌을 때의 맛은 천지차이다. 방유당은 이 적절한 온도와 양을 계량화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쏟았다. 기름의 진한 고소한 맛은 향수를 느끼게 해주지만 요즘은 건강에 관한 걱정 때문에 약한 맛에 대한 선호가 높아졌다. 깨가 가진 특성을 잘 끌어내되, 과거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고소함을 내는 적정한 온도를 찾았다.

Q. 참기름과 들기름 외에도 제품군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A. 시작은 아버지의 노하우인 착유와 로스팅이었다면, 이제는 어머니의 노하우인 분쇄에 투자할 때라고 생각했다. 미숫가루를 론칭한 이유다. 건강과 트렌드를 반영해 다양한 맛의 컬러 미숫가루를 출시했다. 곡물 스무디를 출시한 것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그중 서리태 곡물 스무디는 최근 클린 라벨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Q. 클린 라벨 인증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A. 방유당의 곡물 스무디에는 식품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는다. 나는 첨가물이 과하게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속이 불편하고, 다시는 안 먹게 된다. 좋은 제품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결국 이를 직접 만들게 됐다. 제품을 출시하고 보니,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였다. 우리 제품의 장점을 잘 알릴 방법이 필요했다. 그게 클린 라벨 인증이었다. 미국은 산업이 다양하게 발달하다 보니 호르몬, 건강 등을 생각해 식품 첨가물을 배제하고 가공 과정을 최소화한 식품들에 정부에서 인증을 발급하고 있고, 이번에 서리태 곡물 스무디가 이를 획득한 것이다.

Q. 방유당의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가.

A. 다양한 구상을 하고 있다. 제품군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골격을 세운 시점이다. 이 많은 제품들을 어떻게 멀티 유즈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직장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방유당 식당의 제품에 대해 도시락 등을 출시하는 등 사업을 확대하는 방법도 생각 중이다.


/김동호 기자 dongho@sedaily.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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