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들이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과정에서 급격히 늘어난 민간부채 뿐 아니라 정부부채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지난해 12월 금통위부터 과도한 부채로 금리 인상 시기를 놓치는 이른바 ‘부채 함정(debt trap)’에 대한 경고음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2일 한은이 공개한 지난 1월 15일 개최된 금통위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금통위원들은 부채 리스크에 대해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한 금통위원은 “코로나19로 크게 늘어난 정부부채와 민간부채가 향후 통화정책 정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당 위원은 미국 지역 연방준비제도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민간부채 증가는 가계와 기업의 원리금 상환부담 측면에서 통화정책 운영에 부담을 초래할 수 있고, 정부부채 증가는 부채의 실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거나 금융억압(financial repression) 정책을 펼 유인을 높인다”고 말했다. 금융억압은 금융자금이 정부 정책으로 활용이 제한되는 상황을 말하는데 정부가 금융시장을 왜곡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 다른 금통위원은 과도한 부채로 인한 부채 함정에 대해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기업과 가게의 부채가 큰 폭으로 늘어났는데 부채 축적에 따른 원리금 상환부담이 소비와 투자를 제약하는 음(-)의 저량효과(stock effect)가 나타나면서 총수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일부 연구에서는 경제 내 부채 수준이 과도할 경우 상환부담 증가에 대한 우려로 완화적 통화정책이 지속될 가능성을 높이고 이는 다시 부채가 증가하는 부채 함정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금통위에서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등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주장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한 금통위원은 “실물경제 회복 속도에 비해 자산가격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완화적 통화정책이 오히려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며 “이러한 점에서 통화정책과 소득 및 자산 불평등 간 관계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여지가 있는지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한은은 불평등 해소는 정부의 재정정책이 먼저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한은은 “기본적으로 통화정책의 효과는 무차별적인 만큼 경제 내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재정정책과 구조개혁정책이 우선돼야 한다는 견해가 설득력 갖는 것이 사실”이라며 “다만 통화정책이 소득 및 자산 불평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가 중앙은행의 주요 연구과제 중 하나로 부각되고 있고 한은도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물가 상승압력이 빠르게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한은은 “올해 미 10년물 물가연동국채 금리에 내재된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목표 수준인 2%를 다소 웃돌면서 그러한 견해가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코로나19 사태로 악화됐던 고용 상황이 물가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정도로 회복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올해와 내년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크게 높아지기는 어려워보인다”고 설명했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