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맞춰 투자 속도전에 돌입했다. 자동차·서버용 반도체 공급이 극심하게 부족해진 가운데 이들 업체는 D램·낸드·파운드리 등 투자 확대를 통한 시장 경쟁력 강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올해 D램 투자 계획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평택2 공장(P2)에 12인치 웨이퍼 기준 월 3만 장 규모의 설비를 추가할 예정이었던 삼성전자는 이 물량을 4만 장으로 늘렸다. 결과적으로 연간 D램 투자 계획이 기존 6만 장에서 7만 장으로 증가했다.
통상 반도체 설비에 대한 투자는 지금 당장이 아닌 2~3년 후를 바라보고 진행된다. 이번 투자 역시 향후의 수요 증가를 전망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증설을 앞당기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구체적인 수치를 확인하지 않은 채 “설비투자는 시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설비에 대한 투자도 확대한다. 평택 2공장에 구축하는 5나노미터(㎚) 파운드리 라인 규모를 기존 2만 8,000장에서 4만 3,000장으로 늘렸다.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도 해당 파운드리 라인에 배치해 급증하는 파운드리 수요에 대응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시안 2공장의 낸드플래시 생산 라인에도 업계에서 예상했던 5만 장에서 크게 늘어난 8만 장 규모의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전해진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해보다 1,000억 원 이상 늘어난 설비투자 금액을 약속한 상태다. 주력 제품인 모바일 D램을 중심으로 급증한 수요에 대응하고 첨단 공정 기술을 적용한 서버 D램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여 매출을 탄탄하게 가져간다는 것이 기본 계획이다. SK하이닉스의 한 관계자는 “지난 2018년 대다수 기업이 투자를 줄였을 때 오히려 과감하게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의 팹인 M16을 준공해 올해 수요 급증에 대응했듯, 미래 시황에 맞춘 예측을 기반으로 투자를 집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설비투자 증가는 실제 수치로도 나타나고 있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산업 활동 동향에 따르면 전 산업 생산은 전달인 지난해 12월과 비교해 0.6%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설비투자 금액은 6.2% 증가했다. 자동차 등 운송 장비는 8.4% 감소했지만 슈퍼사이클을 맞은 반도체 장비 등 특수 산업용 기계류 투자가 11.2%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일평균 반도체 제조용 기계 수입액(1억 200만 6,000달러)은 지난해 1월(3,100만 7,000달러)과 비교해 증가 폭이 2배를 넘을 정도로 급등했다.
반도체 시황을 나타내는 대표 지수인 메모리 반도체 고정 거래 가격도 상승세를 탔다. PC용 D램(DDR4 8Gb) 고정 거래 가격은 2월 평균 3.0달러로 올 들어 5.26%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 24일 현물가는 4.20달러로 2019년 4월 이후 22개월 만에 4달러를 넘겨 2분기 고정 거래 가격 상승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고정 거래 차량용 반도체의 품귀 현상을 본 서버 업체들이 재고 확보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서버용 반도체 시장도 꿈틀대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서버용 D램 가격이 최대 40%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수민 기자 noenemy@sedaily.com, 변수연 기자 dive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