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도시 개발 정책으로 21분 콤팩트 도시를 제1 공약으로 내세운 반면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한강변 르네상스 재추진을 내걸었다. 여야 후보의 도시 개발 정책은 대형 개발 호재를 원하는 지역 민심을 충족시키면서 자신의 업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공약으로 꼽힌다. 다만 임기 1년의 서울시장이 완성할 수 없는 공약인데다 실현 가능성마저 크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박 후보는 ‘21분 콤팩트 도시’를 제1 공약으로 내걸었다. 21분 콤팩트 시티는 인구 1,000만 명인 서울의 공간 구조를 21개의 그린 다핵 분산 도시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마곡지구의 연구개발(R&D)센터와 상암지구의 미디어시티처럼 서울을 21분 안에 직장·주거·복지를 모두 해결하는 21개 자족 도시로 재편하는 것이다. 프랑스 파리나 스페인 바르셀로나처럼 주요 선진국이 도시 재생 사업 차원에서 추진한 ‘15분 도시’ 프로젝트를 벤치마킹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런 구상에 대해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적 의견이 적지 않다. 21개로 도시를 나누는 기준이 모호하고 현재 25개로 나뉜 서울 행정구역 체계와 상충된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오 후보의 정책 트레이드마크는 한강 르네상스다. 한강 르네상스는 여의도·압구정·성수·합정·이촌 등 10개 지역을 한강변 전략·유도정비구역으로 지정해 최고 50층에 달하는 한강변 아파트 단지 건설을 추진하는 것이 핵심이다. 오 후보는 과거 서울시장 재임 시절 한강 르네상스를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지난 2011년 박원순 전 시장이 선출되면서 대부분의 사업이 수포로 돌아간 바 있다. 오 후보는 한강 르네상스가 그동안 거둔 성과를 강조하며 시장이 되면 재추진하겠다는 의사를 거듭 피력하고 있다. 다만 서울시의회를 독차지한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의 반대를 뚫고 무난히 추진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그동안 박 전 서울시장의 재임 기간 동안 집값 상승 우려 등으로 주요 도시 개발 계획을 지나치게 미뤄왔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여권 내부에서조차 박 전 시장이 신경을 썼던 개발 사업이라고 하면 ‘서울로 7017(서울역 고가도로를 보존해 만든 공중 산책길)’이 사실상 전부라는 자조 섞인 평가가 나올 정도다.
이에 박 후보와 오 후보는 상대적으로 지지세가 취약한 강남과 강북을 각각 겨냥한 개발 공약을 준비한 뒤 홍보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박 후보는 강남권 유권자를 겨냥해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를 약속했다. 한남대교 입구에서 양재역까지 경부고속도로 6㎞ 구간을 지하화해 여기서 생기는 10만 평 중 5만 평은 생태공원, 5만 평은 평당 1,000만 원대의 반값 아파트로 분양하겠다는 구상을 공개했다. 오 후보는 강북에 제4의 도심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는 도봉구 창동 차량 기지에 돔구장을 만들고 하부에 스타필드 같은 대형 쇼핑 공간과 바이오 메디컬 단지를 짓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오 후보는 “도심(시청 일대), 강남, 여의도에 이어 제4 도심이 동북권에 생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박진용 기자 yong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