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롤렉스 중고가 정가 3배"...자산 양극화 심해지는 일본

수십억원 상당 고급 별장도 당첨돼야 구매 가능

코로나發 자산버블에 일본 부유층-서민 격차 심화

1억엔 자산 이상 부유층이 전체 자산 20% 차지

서민은 코로나 실직 고통..."생활자금 상담 30% 증가"

고도성장하던 버블 시절과는 달라

지난해 4월 초 도쿄 신주쿠 밤거리 풍경. /로이터연합뉴스지난해 4월 초 도쿄 신주쿠 밤거리 풍경. /로이터연합뉴스





#일본에선 최근 롤렉스 시계 인기모델 중고품이 정가의 2~3배에 팔린다. 롤렉스 브랜드의 인기가 워낙 오른 탓에 매장에선 신 제품을 살 수 없을 정도다.

#고급 별장이 가득찬 것으로 알려진 나가노현 가루이자와에선 도큐리조트 브랜드가 내놓은 별장이 분양을 시작한 지 반년만에 완판됐다. 1억~2억5,000만엔 상당의 매물의 경우 추첨을 벌일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일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대규모 유동성이 공급되면서 부유층이 자산을 더욱 불리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30일 보도했다. 1980년대의 버블경제기처럼 고도 성장을 구가하는 건 아니지만 저성장 시대에서 유동성 확대로 자산 팽창이 이뤄지면서 부유층과 서민의 양극화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일본 가계의 금융자산 잔고는 1,948조엔(약 2경30조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노무라종합연구소에 따르면 자산 1억엔 이상 부유층의 순금융자산(금융자산에서 부채를 뺀 것)은 2019년 기준 333조엔으로 전체의 20%를 차지했다. 2017년 11%를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부유층 중심으로 자산이 쏠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순금융자산이 3,000만엔 미만인 세대수는 2017년에 비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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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는 “코로나19 사태 전부터 부유층과 서민 간 양극화는 진행되고 있었는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부유층의 금융자산 증가속도가 한층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직장을 잃은 이들은 자산을 불릴 기회가 극히 적은 상황이다. 예를 들어 도쿄 아다치구에선 지난해 말 생활자금 상담건수가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이 같은 자산 격차는 30년전 버블성장기와는 다른 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1986~1991년의 일본 실질 성장률은 매년 5%를 넘으며 일본 전체가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2012~2018년의 성장률은 연 1%에 불과하다. 더구나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지난해에는 4.8% 역성장을 기록했다. 저성장 구조가 고착화되는 가운데 자산 팽창이 이뤄지며 일부 부유층만이 그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나 주식시장의 상승세는 일부만이 수혜를 보고 있다.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암호화폐)으로 자산을 16배나 불린 한 일본인은 “정보기술(IT)에 대한 관심과 지식에 따라 앞으로도 자산 격차가 벌어질 것”이라고 로이터에 전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대규모 부양책이 결과적으로는 자산 격차를 낳은 것이라고 지적한다. 일본에서는 10만엔 상당의 현금지급 외에 매출이 줄어든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휴업지원금 및 무이자, 무담보 대출 등 자금이 공급돼왔다. 로이터는 “2009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양적완화에 따른 유동성이 코로나19 경제 대책을 기점으로 더욱 증가해 돈의 가치가 한층 하락했다”면서 “이 같은 가치 하락을 피하기 위해 암호화폐나 현물자산 등으로 자금이 빨려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기혁 기자 coldmetal@sedaily.com


김기혁 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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