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조작 등 주식 시장 불공정 거래 이익에 대해 금융위원회가 최대 두 배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 문턱을 쉽게 넘지 못하고 있다. 과징금 부과 시점을 ‘검찰 수사·처분 결과’ 통보 후로 정할지가 쟁점이다.
1일 금융 투자 업계에 따르면 지난 달 국회 정무위원회는 주가조작 등 증시 불공정 거래에 대해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2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에 대해 논의했지만 처리하지 못했다.
검찰 수사가 끝난 이후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오면서다. 현재 정무위에는 윤관석·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시한 법안이 상정돼 있다.
이 중에서도 법무부·금융위원회 등의 의견을 반영한 윤 의원안을 기준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정부 측 의견을 반영해 검찰총장으로부터 불공정거래 혐의자에 대한 수사·처분 결과를 통보받은 후에 부과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금융위가 불공정거래 혐의를 검찰총장에게 통보하고 협의된 경우나 △혐의를 통보하고 1년이 경과하면 과징금을 매기는 것으로 방향을 정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일부 의원들이 법안의 본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 법안을 마련한 것은 주가 조작범 등이 법적 처벌을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정무위에 따르면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불공정거래행위를 검찰에 통보한 이후 기소·불기소 처분을 받기까지 평균 393일이 걸린다. 검찰이 피고인을 기소한 후 대법원에서 판결이 나기까진 약 12.9개월이 소요된다. 검찰에 통보된 후 형이 확정되기까지 약 2년 이상이 걸리는 셈이다. 금융위가 자체적으로 불공정거래 행위에 ‘패널티’를 줄 수 있는 방안으로 ‘과징금’이 거론됐던 이유다.
그러나 검찰이 조사를 끝낸 후에 과징금을 부과하게 되면 처벌상 적시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불공정거래 행위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도 “그러나 왜 검찰 수사가 끝난 다음에만 부과할 수 있도록 했는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른 의원실 관계자도 “과징금이 행정기관의 고유 권한인데, 검찰의 통보를 받고 과징금 절차 들어가는 게 이치가 맞지 않다는 논박이 나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현행 법체계상 금융위가 과징금을 먼저 부과하는 것도 맞지 않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대표적으로 비교하는 사례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이다. 전속고발권을 갖고 있는 공정위는 검찰 수사 전에도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지만, 금융위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검찰 수사 전 과징금을 매기게 되면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편 불공정거래 과징금 부과 관련 논의는 이번 달 국회 정무위에서 다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심우일 기자 vit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