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추진하면서 고용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지만 감염병에 취약한 중·고령층은 일자리를 잃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중·고령층이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은퇴시기가 앞당겨질 경우 경기 회복이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해외경제 포커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미국의 생산 가능 인구 가운데 은퇴자 비율은 19.3%로 전년 동기 대비 0.8%포인트 증가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중·고령층 장기 휴직자 대부분이 은퇴를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은 백십 접종으로 경제 활동이 재개되면서 지난해 4월 14.8%까지 치솟았던 실업률이 올해 2월 6.2%까지 낮아지는 등 고용이 뚜렷하게 회복되고 있다. 하지만 55세 이상 중·고령층은 청·장년층(25~54세)에 비해 일자리 복귀가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2월 기준으로 중·고령층의 구직기간은 32.5주로 청·장년층에 비해 5~10주 더 걸리는 것으로 집계됐다.
중·고령층이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이유는 청·장년층에 비해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분석 결과 50~64세 코로나19 감염자 사망률은 30~39세의 9배 수준이다. 이에 중·고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도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해 기록한 저점 수준을 밑돌고 있다.
문제는 미국 전체 가구 상당수가 노후 대비 저축이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중·고령층이 원치 않은 시기에 준비 없이 조기 은퇴로 내몰릴 경우 소비 비중이 큰 미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입법위원회는 퇴직연금 수령개시 가능연령인 62세에 은퇴하는 50~60세 근로자의 40%가 저축이 부족해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은퇴자 급증은 향후 경기회복 지연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