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의 이력은 화려하다. 노동부 사무관(행시 23회)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해 지식경제부 실장을 거쳐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현대경제연구원장을 거쳤다. 정책 입안과 집행, 경제 단체, 연구 분야를 두루 경험한 셈이다.
관료로 구성된 5대 경제 단체 부회장 중 최고참인 이 부회장은 이런 다양한 이력을 바탕으로 ‘경제 단체 부회장단 모임의 좌장’도 맡고 있다. 부회장단 모임은 친목 도모 외에도 정부에 기업들의 목소리를 구체적이고 심도 있게 전달하기 위해 마련됐다. 실제 지난달 30일에는 부회장단 모임에 임서정 청와대 일자리수석을 불러 지난해 개정된 노동관계법 보완을 요구했고 일자리 확충을 위한 정책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2일에는 박화진 고용노동부 차관과 김용기 신임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을 잇따라 만나 일자리 확충을 위한 노동 유연성 제고 방안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 단체의 한 관계자는 “주로 정부 고위 관료를 불러 정부 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하고 정책을 제안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취임 직후 경총의 위상을 종합 경제 단체로 격상시키기 위해 대대적인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우선 4차 산업혁명, 산업구조 개편 등 급변하는 경영 환경하에서 기업의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규제개혁팀’과 ‘임금·HR정책팀’을 신설했다. 앞으로 노동문제뿐만 아니라 반기업 정서와 기업 규제 해소 등 다방면으로 활동을 펴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특히 올해에는 국회를 상대로 노동법과 공정거래법·중대재해법 등 기업 규제 법안을 보완하도록 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또 사회정책본부를 고용사회정책본부로 확대 개편해 고용 문제뿐 아니라 최근 경영계의 화두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연구 업무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 부회장은 “최근 기업들이 한목소리로 ESG 경영을 외치고 있지만 통일된 기준이 없어 기업에는 오히려 부담이 되고 있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도 연구할 것”이라고 했다. 경총은 확대된 업무를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 최근 전문 우수 인력 10여 명도 신규 채용했다.
이 부회장은 “현 정부 들어 각종 규제가 강화되면서 경총 가입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이 늘고 있다”며 “경총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는 만큼 조직 개편을 통해 종합 경제 단체로서의 역할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능현 기자 nhkimch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