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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화끈한 명품 사랑…"해외여행 막히자 보복소비"

전세계 명품 매출 줄었는데 한국은 유지…지난해 약 15조원

MZ세대 비중 절반 수준까지 올라…놀이하듯 '샤테크', '오픈런'

지난해 11월 서울 갤러리아백화점에 전시된 스위스 보석·시계 브랜드 쇼파드의 40캐럿 탄자나이트 목걸이. /사진제공=갤러리아지난해 11월 서울 갤러리아백화점에 전시된 스위스 보석·시계 브랜드 쇼파드의 40캐럿 탄자나이트 목걸이. /사진제공=갤러리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우리나라의 명품 매출은 코로나19 이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의하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가방, 지갑, 쥬얼리, 시계 등 명품 매출은 125억420만달러(14조9,960억원. 2020년 평균환율 기준)로 전년( 125억1,730만달러·15조120억원)과 비슷했다. 지난해 전세계 명품 매출이 2,869억달러로 전년(3,544억달러)보다 19% 감소했지만 우리나라는 다소 다른 분위기였던 셈이다.

주요국 명품 매출은 2위 시장인 중국이 294억1,100만달러에서 380억5,500만달러로 크게 늘었고, 대만도 71억7,200만달러에서 75억5,600만달러로 증가했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미국을 비롯해 일본,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독일 등은 모두 크게 감소했다. 미국의 경우 839억8,700만달러에서 652억3,400만달러로 22.3%나 급감했다.

한국의 글로벌 명품 시장 매출 비중은 2019년 8위에서 작년엔 독일(138억9,500만달러→104억8,700만달러)을 제치고 7위로 올라섰다. 5위와 6위인 영국(146억달러)과 이탈리아(145억달러)와의 격차도 크게 좁혀졌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일 때도 북적였던 백화점 명품 매장 앞. /서울경제 DB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일 때도 북적였던 백화점 명품 매장 앞. /서울경제 DB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로 전반적인 경제는 어려웠지만, 국내 가구 수의 30%인 600만∼700만 가구의 소득은 오히려 증가했다"면서 "해외여행이 막히자 이들의 보복 소비가 일면서 명품 시장이 뜨겁게 달아올랐다"고 설명했다.

유로모니터 관계자도 "한국 명품시장은 고액 자산가들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탄탄한 소비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면서 " 최근엔 2030 젊은층이 과거보다 폭발적인 구매 빈도를 보이면서 명품 소비가 왕성해졌다"고 분석했다.



한편 최근의 명품 시장은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자)가 주도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명품 매출에서 20대와 30대의 비중이 각각 10.9%와 39.8%로 총 50.7%에 달했다. 롯데백화점에서도 2030세대의 명품 매출 비중은 2018년 38.1%에서 지난해엔 46%로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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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층은 명품을 사서 즐기다가 되파는 '리셀(Resell)'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리셀은 희귀품을 구입해 프리미엄을 받고 되파는 행위다.

'샤테크(샤넬+재태크)'라는 신조어처럼, 한정판 명품은 몇 년 쓰다가 중고시장에 내놓아도 가격이 거의 떨어지지 않는다. 일부 제품은 희소성 때문에 세월이 갈수록 오히려 더 비싸지기도 한다. 이들에게 백화점 문이 열리자마자 매장으로 달려가는 '오픈런'은 그 자체가 놀이이면서 투자라고 할 수 있다.



근로 소득으로는 훨씬 나은 미래를 기대하기 어려운 경제적 한계가 명품 소비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유현정 충북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집값의 빠른 상승으로 주거 사다리를 잃는 등 좌절한 젊은이들이 불투명한 미래에 대비한 저축보다는 현재의 소비에서 위안을 찾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했다. 또 "요즘 젊은층은 명품을 접근이 어려운 사치품으로 생각지 않는 것 같다"면서 "몇 달 소비를 하지 않고 돈을 모아서라도 아주 비싼 제품 하나를 사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고 덧붙였다.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이를 '베블렌 효과(Veblen effect)'와 '파노플리 효과(Panoplie effect)'로 설명했다.

기존의 명품족과 마찬가지로 이들에게도 가격이 높거나 고급일수록 특별한 것으로 인식해 수요가 증가하는 베블렌 효과나 특정 상품을 구입하면 그 제품을 사용하는 집단이나 계층과 동류가 된다는 파노플리 효과가 교차한다는 것이다.

곽 교수는 "예컨대 젊은 세대는 유명 연예인이 입는 옷이나 신는 신발을 사면 마치 그 연예인이 된 것 같은 느낌에 너무나 행복하고 큰 성취감과 고양된 자존감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주희 기자 ginger@sedaily.com


유주희 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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