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선에 나선 김태흠(왼쪽부터), 권성동, 유의동, 김기현 의원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초선들과의 대화-원내대표 후보에게 듣는다' 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권욱 기자국민의힘 차기 원내사령탑에 도전하는 후보들이 26일 토론회를 통해 처음으로 맞붙었다. 토론회에 참석한 권성동·김기현·김태흠·유의동 의원은 서로에 대한 공방 대신 최대 세력으로 떠오른 ‘초선 표심 잡기’에 집중했다.
이날 오후 2시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후보자 토론회’에서 각 후보자들은 한 목소리로 “초선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질문자로 나선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이 “향후 초선들의 개혁의지를 반영할 만한 당내 시스템 구축에 대한 생각이나 방향을 말해달라”는 공통질문을 제시하자 각 후보자들은 ‘당 지도부 자리 마련’부터 ‘초선 전용 특별위원회 설치’까지 다양한 공약으로 초선 표심을 공략했다.
김기현·권성동 “초선 위한 위원회 만들겠다”
권성동(오른쪽) 의원과 김기현 의원./연합뉴스김기현 의원은 위원장과 구성 위원을 모두 초선의원으로 하는 혁신검증단(가칭)을 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모두 발언부터 자신을 ‘초선들의 봄을 응원하는 김기현’이라 소개한 김 의원은 “(그동안) 당 지도부가 당 혁신안을 만들고 주요 의제에 대해 결론을 내리면 생뚱맞다고 하는 (의원들이) 생겼다”며 “주요 이슈 및 혁신과 관련한 검증단을 만들어 피드백 할 수 있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의원은 또 “원내대표와 초선 의원 간 연석회의를 정례화하겠다”며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시간을 정해 놓고 ‘프리토킹’을 하거나 애로사항 및 민원을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권성동 의원은 당 혁신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맞섰다. 권 의원은 “개혁 의지를 반영하기 위해 젊은 초선들과 당협위원장들을 중심으로 당 혁신위를 출범하겠다”며 “당대표나 원내대표 이외에도 초선들의 생각을 집대성한 스피커가 필요한데 그게 혁신위원장이 할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혁신위는 젊은 세대와 젊은 의원들의 혁신 메시지를 전달하고 관련 정책을 담당할 것”이라 덧붙였다.
김태흠·유의동 “초선 전문성 살려 적재적소 배치하겠다”
김태흠(오른쪽) 의원과 유의동 의원./연합뉴스김태흠 의원과 유의동 의원은 전문성 높은 초선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초선의원들은 경우 가지고 있는 특장점이 있고 전문분야가 있어서 국회에 왔다”며 “당 정책위원회를 강화하면서 각 전문성을 살리는 방법으로 (초선들을) 배치해 시너지를 내겠다”고 했다. 김 의원은 특히 지명직 최고위원 자리에 초선의원 자리를 보장하겠다고 했다. 김 의원은 “이번에 초선들이 최고위원에 출마해서 안 되더라도 초선들 모임에서 (뽑은) 대표자를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한편 유 의원은 “초선의원들이 모아준 중지(衆智)를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 가능하게 유지하는 쪽으로 쓰고 싶다”며 “(의원들의) 전문성에 부합하는 부분으로 당내 특위라든지 TF(테스크포스)라든지 등을 역량에 맞게 재정비할 생각”이라 밝혔다. 그러면서 “(이를 통해) 실제로 성과를 내는 싱크탱크로 발전시키고 싶다”고 했다. 유 의원은 “초선 의원과의 연석회의를 격주로 생각했는데 김기현 의원이 매주 한다고 하니 조금 더 쓸까 했다”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구애’는 있었지만 ‘검증’은 없었다
이날 토론회는 차기 주자들이 처음으로 맞붙는 자리였지만 서로에 대한 비판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사면론’ 등 민감한 문제들은 질문에 담기지 않았다. 공통질문 중 ‘영남당논란’과 관련해 “특정지역이라는 단어로 일부 지역에서 반발이 제기됐는데 이에 대한 본인의 의견을 개진해달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각 후보는 원론적인 입장으로 충돌을 피했다. 비영남 주자인 유 의원은 “영남을 제외한 다른 지역이 상대적으로 지지가 취약하니 지지 수준을 끌어올리자는 의미로 받아들인다”고 답하자 지역구가 울산인 김기현 의원은 “유 의원에게 감사한다”며 “우리 스스로 이런 표현은 쓰지 말자”고 선을 그었다.
토론이 밋밋해진건 상호 토론이나 즉석 질문 없이 4가지 공통 질문에 대해 각 후보자들의 입장을 3분간 듣는 방식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토론회 사회를 맡은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토론 시작에 앞서 “후보들의 역량을 보여주는 데 집중하기 위해 공통질문만 하겠다”며 “(우리 당의) 얼굴들이신데 보호해 드려야 하는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원내대표 선거에 참여한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이번 토론회가 변별력은 없었지만 중간 점검이라 생각한다”며 “원내대표 선출 당일 토론에서는 적나라한 질문이 나올 것 같다”고 했다.
/김남균 기자 south@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