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백신접종, 無계획·無원칙 더 이상 없어야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접종 계획 꼬이면서 불확실성 커져

백신 종류·수량 투명하게 공개하고

안전성 감시·부작용 보상 재검토를

예약시스템도 근본적인 개선 필요





7월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1,000명 이상 발생하면서 4차 유행이 거세다. 백신 접종률이 낮은 상황에서 전염이 빠른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유입된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느슨해진 거리 두기 개편안 시행은 시기상조였다. 정부의 섣부른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감 조성과 백신 1회 접종 시 야외 탈마스크 인센티브는 국민의 코로나 경각심을 무장해제했다. 수도권 4단계, 비수도권 1단계 거리 두기 대응도 다수 국민이 비수도권으로 휴가를 가면서 코로나19 환자가 전국으로 퍼지는 풍선 효과를 낳았다. 비수도권 거리 두기 단계를 상향했지만 다중 이용 시설 집합 금지 없는 5인 이상 모임 금지만으로는 역부족일 테다.



관건은 정부가 장담한 국민 70% 대상의 9월, 11월 1차, 2차 백신 접종률 목표 달성이다. 하지만 백신 선구매를 놓친 정부는 백신 확보 후에도 무계획, 무원칙, 불확실한 접종 계획으로 혼란을 야기해 우려가 크다. 고위험군이 접종하기에도 태부족한 상황에서 일부 대기업 임직원을 슬그머니 핵심 산업 종사자라는 이유로 연령에 상관없이 접종을 결정하거나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자율 접종이라는 명목으로 할당된 백신을 유흥업 종사자에게 접종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백신 접종 대상 선정에 원칙이 없는 것도 문제다. 이국만리에서 국가를 대신해 고생하는 청해부대 장병에게도 접종을 하지 않았으니 말해 무엇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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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우선 도입 백신의 종류와 수량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정부는 전반기 1,200만 명 2회 접종이 목표라고 공언했지만 지난 3월에 슬그머니 1차 접종 목표를 1,300만 명으로 바꾸고 이후 1,500만 명 접종 초과 달성으로 성과를 포장했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은 접종 간격을 4~8주에서 12주로 늘리고 2차 접종분을 1차로 당겨쓰면서 속도전에 활용했다. 결과적으로 60~74세는 2차 접종에 mRNA 백신을 교차 접종하게 됐고 2차 접종도 8~9월로 늦어져 델타 변이 위험에 노출됐다. 또한 최근 모더나 백신의 공급 차질을 화이자 백신으로 돌려 막는 등 접종 계획이 자꾸 꼬이면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지금도 매주 제조사와 협의해 물량을 결정한다는 핑계만 대고 있어 언제 어떤 백신이 얼마만큼 들어오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막대한 국민 세금이 지불된 만큼 당연히 절차를 공개해야 한다.

백신 접종 후 안전성 감시와 부작용 보상도 재검토해야 한다. 최근까지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은 총 10만 5,000여 건으로 전체의 0.49%다. 대부분 근육통·두통·발열 등 경미한 부작용으로 자연 회복되기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중증 부작용으로 사망하거나 후유장애를 남긴 경우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인과관계를 밝히고 전향적으로 보상해야 한다. 백신 접종 후 574명이 사망했는데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으로 사망한 30대 남성만 인과성이 인정됐다. 대부분 기저 질환으로 인과성이 부인되거나 부검 등 조사 중으로, 보상받기는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할 정도로 매우 어렵다. 백신 접종 후 안전성 감시와 부작용 보상은 접종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여 접종률을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백신 접종 예약 시스템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최근 55~59세, 50~54세를 대상으로 한 백신 예약에서 연이어 전산 서버가 멈추고 있다. 애초에 예약 가능한 백신 물량을 알려주지 않았고 온 가족이 밤을 새웠어도 예약에 실패해 무더운 여름 불쾌지수를 더욱 높이고 있다. 확보한 백신 물량을 연장자부터 순서대로 배정해 접종 일시와 장소를 통보해주면 쉬웠을 텐데 국민보다 행정 편의를 우선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백신 종류가 갑자기 바뀌고 2차 접종 간격이 정해진 3, 4주에서 길어지고 심지어 접종 시기가 자주 늦어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허가받은 백신 접종 방법을 어기면 과연 효과와 안전성이 보장될 수 있을지 매우 우려된다. 오락가락하는 백신 접종 계획으로 국민이 더 이상 혼란스러워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개선을 정부에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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