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한국선수 이름을 '중국메뉴' 글꼴로…세계양궁연맹 인종차별 논란

중국 메뉴 표기때 쓰이는 '찹수이' 폰트

안산·김제덕 등 선수들 소개 영상에 넣어

네티즌들 "인종차별에 열일 하신다" 비난에

연맹측 "올림픽 로고와 비슷해서 쓴것" 해명

세계양궁연맹 트위터에 올라온 안산(왼쪽) 선수와 김제덕 선수의 영상. /트위터 캡처세계양궁연맹 트위터에 올라온 안산(왼쪽) 선수와 김제덕 선수의 영상. /트위터 캡처




세계양궁연맹(WA)이 지난 27일 공식 트위터에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양궁선수들을 소개하며 아시아인을 차별하는 요소가 담긴 ‘찹수이(chop suey·고기와 채소를 한데 볶은 중국식 미국 요리)’ 글꼴을 사용해 인종적 편견을 드러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세계양궁연맹은 지난 27일 공식 트위터 계정에 “한국 여자 양궁팀은 9번의 올림픽에서 금메달 8개를 차지했다”며 “한국 선수 3명이 상위 예선을 통과해 금메달을 또 따낼 기세”라는 소식과 함께 선수들의 이름을 넣은 영상을 게재했다. 또 김제덕과 오진혁 선수의 경기 모습을 담은 동영상에도 이 글꼴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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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상으론 문제가 없었지만 영상에 쓰인 글꼴이 논란이 됐다. 해당 글꼴은 ‘가라데, 왕통, 차우 펀’ 등 주로 중국계 업소 간판에 흔히 사용되며 붉고 굵은 획으로 구성됐다. 이 글꼴자체를 인종차별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단지 ‘아시아적인 느낌’을 주려고 붙여진 이름인데다, 아시아인이 아닌 사람이 아시아계를 언급하며 찹수이 글꼴을 쓰는 것은 경멸이나 조롱, 차별의 의미가 담겼다고 본다. 100년 이상 아시아계 미국인들을 경멸하거나 놀리거나 반대하는 사람들이 상징이나 전단지, 포스터 등에 이런 서체들을 써온 이력 때문이라고 CNN은 전했다.

앞서 2차 세계대전 때 항일 포스터에 이 글꼴이 사용됐다. 2012년 피터 혹스트라 의원은 상원의원에 출마하면서 중국 여성 캐릭터와 찹수이 글꼴로 웹사이트를 구성해 비판을 받았다. 또 2018년 뉴저지주 공화당 주 위원회는 한국계 미국인 민주당원 앤디 김을 공격하는 전단에 찹수이 글꼴을 사용했다. 광고 전단에는 “앤디 김은 뭔가 구린 구석이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한 네티즌은 “한국 여자 양궁 대표팀의 선전은 분명 축하할 일이지만 이 글꼴이 꼭 필요했나? 만약 한국인이 아니었다면 똑같은 글꼴이 쓰였을까 궁금해진다. 다른 글꼴을 쓰는 것을 생각해봐라 제발”이라고 댓글을 달았다. ‘적당한 별명이 생각 안 나’는 “제발 이런 글꼴은 쓰지 마”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와우, 여러분은 동영상을 제작하는 분이 읽기도 어렵고 황당한 오리엔탈리스트의 글꼴을 가져다 인종차별에 열일하는 것을 보고 계신다”고 비꼬았다.

크리스 웰스 WA 대변인은 “한국 양궁의 압도적인 경기력을 알리려 한 것이었을 뿐 결코 인종주의 의도를 드러낸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해당 동영상을 올렸을 때 한국은 이미 이번 대회 단체전에 걸린 세개의 금메달을 독차지했을 때였다. 또 연맹은 “도쿄 2020 로고에 담긴 엔소(enso, 한 획으로 그린 동그라미)에 최대한 가까운 글꼴을 찾아냈을 뿐”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김경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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