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9월 테이퍼링 발표 보도에도 美증시 큰 반응 없었던 이유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이날 시장에서는 연준의 9월 테이퍼링 공식발표가 이슈였다. /AP연합뉴스


1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는 여러 악재가 쏟아졌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카불공항을 탈출하려는 아프간 시민들의 모습이 영상으로 생생히 전해졌고 중국의 소매지표가 예상을 밑돌면서 글로벌 경제성장에 대한 우려가 나왔죠. 추가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에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공식 발표하고 11월께 매입축소를 시작할 수 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가 있었습니다.

시장은 장초반에는 반응했지만 결국 다우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상승 마감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9월 테이퍼링 공식발표는 큰 사안입니다. 그런데 왜 미국 증시는 크게 반응하지 않았던 걸까요. 그 이유를 알아보겠습니다.

두 가지 이유: ①테이퍼링에 시장 붕괴될 일 없다 ②아직 ‘빅3’ 언급 없어”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은 이날 미 경제 방송 CNBC에 시장이 반응이 없던 이유에 대해 “두 가지 이슈가 있다. 첫 번째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얘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파월과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 리처드 클라리다 부의장 같은 ‘빅3’가 얘기하지 않는 한 시장은 듣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또 테이퍼링에 시장이 무너질 일이 없다고도 했는데요. 에리언 고문은 “시장의 버블을 고려하면 약간의 후퇴는 있을 수 있지만 주요한 붕괴는 없을 것”이라며 “여전히 시장에 엄청난 유동성이 있다”고 전했는데요.

우선 ‘빅3’ 언급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앞서 ‘3분 월스트리트’를 통해 연준 내에서 여러 다른 목소리가 나올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연준 의장과 부의장, 뉴욕 연은 총재, 여기에 실세인 라엘 브레이너드 이사의 멘트가 중요하다고 말씀드린 바 있는데요. 같은 맥락입니다. 주요 언론의 보도에도 핵심 지도부 인사가 이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 그는 이날 시장이 크게 반응하지 않은 이유로 테이퍼링이 시장을 망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과 아직 고위직의 공식 언급이 없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이 부분은 반쯤 맞습니다. 수차례 말씀드렸듯 핵심 지도부는 막판에 공식 입장을 내놓습니다. 이것을 기다리고 있다간 대응할 시간이 없을 수 있습니다.

이번 기사를 보면 연준 내 고위인사가 취재원입니다. 이는 한 달 새 연준 지도부 분위기가 달라졌을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실제 언론도 연준의 주요 의사소통 통로 가운데 하나인데요. 슬쩍 언론을 통해 외부에 흘려봤는데 증시가 되레 오른다, 이러면 당국자들은 테이퍼링에 자신감을 갖게 됩니다.

좀 더 눈여겨 볼 것은 시장이 이미 테이퍼링을 크게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는 해석입니다. 이미 월가는 테이퍼 탠트럼(긴축발작) 가능성이 2013년보다 훨씬 적다고 보고 있습니다. RBC 캐피털 마켓의 로리 캘바시나는 이날 블룸버그TV에 “테이퍼링 논의가 중요하긴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테이퍼링에 관한 것은 지난 6월 FOMC 이후 손실이 다 반영됐다”며 “나에게 더 중요한 것은 아마 내년이 되겠지만 금리인상이 언제 시작되느냐다. 많은 투자자들이 테이퍼링은 다 소화했을 것으로 본다”고 봤습니다. 시장에 충격을 줄 것은 테이퍼링이 아닌 금리인상이라는 것이죠.

새로운 테이퍼링 타임라인: 11월께 축소시작…고용보고서·델타변이가 관건


이날 CNBC도 테이퍼링 관련 소식을 계속 전했는데요. 이는 확실히 9월 테이퍼링 발표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어쨌든 새 타임라인을 좀 더 살펴보면 9월 FOMC 때 테이퍼링을 하겠다고 밝히고 10월이나 11월께 시작할 것이라고 CNBC는 봤는데요. 축소기간은 8~10개월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WSJ은 이와 관련해 “연준 관리들이 2022년 중반까지 자산매입을 중단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물론 리스크는 있습니다. 고용보고서와 최근 확산하는 델타변이가 그것인데요. 이 경우 공식발표가 11월까지 늦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 이 경우 실제 축소는 더 뒤로 밀리겠죠.

새로운 테이퍼링 타임라인. /CNBC 방송화면 캡처



이를 고려하면 결국 이달 말 잭슨홀미팅에서 파월 의장이 모종의 신호를 줄 수 있다는 뜻이 됩니다. 9월 발표라면 그 전에 잭슨홀미팅에서 뭔가 힌트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겠죠. 잭슨홀미팅이 정책을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지만 파월 의장의 연설이 있기 때문에 대충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는 언급은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CNBC는 “파월 의장은 최근 델타변이가 경제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며 “대신 연준은 인플레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 잭슨홀미팅에서 (9월 공식발표를 위한) 테이블 세팅을 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전체적으로는 시장에서 흘러나오던 것들이지만 이제 그중 한 시나리오가 아주 구체적으로 명확해지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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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로 델타변이와 관련해 소비가 조금씩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겠습니다. 소비는 미국 경제의 3분의2 이상을 차지하는데요. 다우존스에 따르면 지난 6월 0.6% 증가했던 소매판매가 7월에는 -0.3%를 기록할 전망입니다. 앞서 전해드렸듯 파월 의장은 델타변이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일부 소비자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참고로 현장 분위기를 하나 전해드리면 이날부터 뉴욕시에서는 백신접종자만 실내식사를 할 수 있도록 지침이 강화됐는데요. 이날 맨해튼의 한 식당을 찾았더니 “백신 맞았냐”고만 묻고 접종카드를 보여달라는 말은 없었습니다. 미국사회의 특징이긴한데 델타변이와 그에 따른 방역지침이 강화되도 현장에서는 이것이 강하게 적용되는 상황이 아닙니다.

시겔 "조정 있겠지만 더 많이 오를 것…인플레 대응 주식만한 게 없어”


다시 시장으로 돌아오면 그래서 증시는 어떻게 될 것이냐가 관심사일텐데요. 이날 시장에서는 “10% 조정이 올 거다”와 “모든 게 계속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맞섰습니다.

월가의 대표적인 강세론자인 제레미 시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충분히 조정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빠진 것보다 더 많이 오르게 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은 연준이 생각한 것보다 더 나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의 말은 이렇습니다. 주식은 실물자산(real asset)이며 인플레 방어에는 실물자산이 최고라는 것이죠.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조정이 계속해서 일어날 수 있지만 주식만한 대안이 없다는 게 그의 논리입니다.

국채금리를 포함해 최근의 시장동향은 월가 관계자들도 제대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증시는 여전히 더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흘러나온다. /AP연합뉴스


시겔 교수는 “두자릿수의 초인플레이션은 없겠지만 3~4년 뒤에는 코로나19 이전보다 물건값이 20% 정도 높아질 수 있다”며 “연준은 2022년에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겠지만 금리가 오르더라도 인플레이션이 7%인데 누가 1%의 기준금리를 두려워하겠느냐”고 했습니다. 인플레 7%는 논란이 있지만 어쨌든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더라도 절대적인 수준이 낮고 인플레를 바로 잡기에는 부족해 증시에 대한 투자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언제 돌변할지 모르는 것이 시장이지만 지금까지는 테이퍼링에 대한 우려가 적고, 계속되는 변동성과 조정 가능성에도 지속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더 많은 게 월가의 분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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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영필 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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