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여명] 플랫폼 기업의 독점 논란을 향한 시선

김민형 바이오IT부장

피 튀기는 경쟁 거쳐 승자가 독식

산업 특성상 부작용 불가피하지만

소비자 편의 증진 등 기여 무시못해

대화 통한 사회적 합의로 해결해야





카카오(035720)모빌리티가 최근 택시 호출 서비스 ‘스마트 호출’ 요금을 최대 2,000원에서 5,000원으로 인상했다.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카카오는 택시를 타려는 사람은 많지만 택시가 적은 심야에 탄력적 요금제를 적용해 미스매치를 해결하려는 방안이라고 항변했지만 소용없었다. 공급자인 택시 업계와 수요자인 소비자 양쪽 모두로부터 ‘독점 플랫폼의 횡포’라며 집중 포화를 맞았다. 일각에서는 “라이언이 수금 본색을 드러냈다”는 비아냥마저 나왔다. 결국 카카오는 호출 가격 인상을 백지화했다.



플랫폼 산업은 전통 경제학이 정의한 ‘독점’의 개념을 흔들고 있다. 기존 경제학은 한 생산자만 특정 제품을 생산해 가격 설정권을 생산자가 갖게 됨으로써 소비자 후생이 악화되는 경우를 독점이라 규정한다. 독점의 낙인은 생산자의 일방적 가격 설정 때문에 소비자가 피해를 입는 경우에 찍힌다. 하지만 새로운 플랫폼 기업들은 이런 기준에 맞지 않는다. 미국 아마존은 온라인 쇼핑 시장의 독점적 플레이어지만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가장 저렴한 상품을 공급하고 있다. 전통 경제학의 관점에서 볼 때는 분명 독점 기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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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전통적 독점 철학까지 바꾸며 플랫폼 기업들의 독점을 잡겠다며 벼르고 있다. 지난 3월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으로 임명된 리나 칸 교수가 상징적이다. 칸 위원장은 지난 2017년 ‘아마존 반독점 역설’을 주제로 발표한 논문에서 기업이 시장을 독점해도 소비자 후생을 해치지 않으면 독점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전통적 시각은 아마존 같은 기업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독점 플랫폼에서 거래되는 상품의 가격은 오르지 않을 수 있지만 플랫폼에 종속돼 있는 기업과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약탈적 비용 전략 때문에 침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 하원은 지난 6월 GAFA(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를 겨냥한 반독점 규제 5개 법안을 발의했다.

다시 국내로 돌아와보자. 다양한 플랫폼 산업이 성장하면서 곳곳에서 파열음이 들린다. 입점 모텔 업주들에게 사실상 광고비를 강요한다는 지적을 받는 ‘야놀자’, 열악한 노동환경 탓에 사고와 갈등이 끊이지 않는 ‘쿠팡’, 식당·카페 등과 요금 갈등을 빚는 ‘배달의민족’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대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공정거래위원회가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

다만 규제 당국은 플랫폼 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플랫폼 기업들은 사업 초기에 무료 혹은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시장을 선점한다. 이후에는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빠르게 고객을 늘린다. 네트워크 효과란 주변 사람들이 쓰는 상품을 자기만 쓰지 않으면 손해 보는 것 같은 불안감에 사용하는 효과를 말한다. 사용자들은 플랫폼에 점점 익숙해지면서 다른 플랫폼은 잘 사용하지 않게 된다. 고객을 가둬두는 ‘록인(Lock-in) 효과’다. 플랫폼 기업은 그제야 비로소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다. 대부분의 플랫폼 기업들이 이 단계 전까지는 외부 투자금에 의존해 버틴다. 피 튀는 생존 경쟁 속에서 시장을 ‘독점’한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이 같은 특성상 플랫폼 기업의 독점 논란은 태생부터 이미 예고됐다. 성공한 기업들이 나오면서 우리는 지금 시작점에 서 있다. 역사상 선(善)한 독점은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규제는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이제 막 꽃을 피우기 시작한 플랫폼 산업의 사기를 꺾는 것은 곤란하다. 국내의 다양한 플랫폼 기업들은 국민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으며 성장했다. 과연 카카오모빌리티가 없었다면 지긋지긋한 택시 탑승 거부가 없어졌을까. 독점적 지위에 오른 플랫폼 기업들도 이제는 주변을 둘러봐야 한다. 쉼 없이 성장만 추구하면 독점적 권한을 휘두르고 싶은 유혹을 이겨내기 어렵다.

플랫폼 독점 논란을 풀어갈 유일한 해법은 사회적 합의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래도 해야 한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당국은 플랫폼 기업이 사회에 기여한 부분을 인정하고, 플랫폼 기업은 사회적 논의의 필요성을 인식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것이 첫 단추다.


김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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