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칼럼

[만파식적] 류창둥



코로나19 장기화로 지구촌 곳곳에서 오프라인과 온라인 사업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19년 전인 2002년 중국에서 사스가 유행할 때도 그랬다. 중국 베이징 중관춘의 1평가량 되는 판매대에서 공CD를 팔던 청년 류창둥은 사스 확산으로 사업에서 한계 상황을 맞았다. 그는 사업을 바꿔 징둥닷컴을 설립한 뒤 온라인으로 전자 제품을 팔기 시작했다.



런민대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그는 인터넷 사업에는 문외한이었다. 그런 그가 징둥닷컴을 오늘날 중국 2위의 전자 상거래 업체로 키운 바탕에는 ‘정품 판매’ 원칙이 있다. 모조품이 난무하는 중국에서 오직 정품만 판매하는 징둥닷컴은 소비자의 신뢰라는 무형자산을 키워나갔다. 징둥닷컴은 2007년 첫 투자 유치 이후 매년 거액의 투자를 받아 고속 성장을 거듭했으며 2014년 미국 나스닥에 입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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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창둥 징둥닷컴 회장은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기업인이다. 1974년 중국 장쑤성 쑤첸의 시골에서 태어난 그는 1년에 한두 번밖에 고기를 먹지 못할 정도로 가난한 집에서 자랐다. 그가 나중에 징둥닷컴에 농촌 출신 직원을 많이 고용한 것은 어릴 시절 농민들의 힘든 삶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사업이 순항했으나 2018년 류 회장은 미국 출장 중 ‘부적절한 성적 행위’ 혐의로 현지 경찰에 체포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이후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지만 본인과 회사의 이미지 실추는 피할 수 없었다.

류 회장이 징둥닷컴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장기 전략 수립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이 최근 보도했다. 이는 중국 당국의 빅테크 기업 규제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2019년 마윈 알리바바 창업주가 2선으로 물러난 후 황정 핀둬둬 창업자, 장이밍 바이트댄스 창업자 등이 잇따라 퇴진한 흐름의 연장선이다. 중국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 움직임은 1960년대 문화대혁명을 떠올리게 한다. 멀쩡한 창업자가 갑자기 경영 현장을 떠나는 것은 물론 기업의 주인이 사실상 정부 당국으로 바뀌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요즘 ‘공동부유(共同富裕)’의 기치를 내건 중국의 본바탕은 시장경제와 거리가 멀다는 점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한기석 논설위원
hank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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