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9일에 치러지는 20대 대통령 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 대선 주자 간 선두 경쟁이 같은 듯 다른 혼전 양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경기지사가 초반 경선에서 대세론 굳히기에 들어갔지만 전체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박스권에 갇혀 야당을 압도하지는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도 홍준표 예비 후보가 뚜렷한 상승 흐름을 타며 당내 구도가 요동치고 있지만 역시 대세 후보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역대 대선 6개월 전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던 4명(김영삼·김대중·이명박·박근혜)의 후보가 모두 대통령에 당선됐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대세론 없는 선거’가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9일 리얼미터와 오마이뉴스가 발표한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지사 27.0% △윤석열 후보 24.2%로 오차범위에서 각각 1·2위를 차지했다. 같은 날 발표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 기관의 전국지표조사(NBS) 역시 △이 지사 25% △윤 후보 17%였다. 격차는 8%포인트로 조금 더 벌어졌지만 두 조사 모두 후보들의 지지율 정체 양상이 나타났다.
이 지사는 민주당 충청권 지역 경선에서 이낙연 전 대표를 크게 따돌렸지만 전체 지지율의 컨벤션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NBS조사 추이로 볼 때 이 지사는 경선 전인 지난 3월 이후 줄곧 25%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충청 경선을 치른 뒤인 9월 2주차의 25% 지지율은 4·7 재보선 참패 이후 민주당의 부침이 컸던 4월 3주차 지지율과 같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권리당원 지지까지 이끌어 당내 경선에서는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지만 새로운 비전이나 중도층을 흡수할 메시지 등이 나오지 않으면서 전체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석했다. 이 전 대표 역시 12% 안팎의 지지율을 유지하는 수준이다.
국민의힘의 윤 후보도 지지율 정체를 겪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른바 ‘고발 사주’ 악재에 빠져 지지율 하락까지 점쳐지고 있다. 윤 후보는 이날 17%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윤 후보는 국민의힘에 입당해 상승 탄력을 기대했지만 ‘외부자성’ 탓에 지지율 반등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는 “보수 유력 주자라는 인식에도 여전히 ‘당 외부자’로 인식돼 당심이 쉽게 모이지 않고 있다”며 “국민의힘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연착륙이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윤 후보의 ‘외부자성’에 반작용은 최근 홍 후보의 무서운 지지율 기세가 반증하고 있다. 홍 후보는 이날 NBS조사에서 이 전 대표를 역전하는 기염을 토했다. 홍 후보는 한 주 만에 3%포인트 상승한 13%로 12%에 머문 이 전 대표를 제쳤다.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홍 후보는 직전 조사(8월 4주차)보다 7.5%포인트 상승해 15.6%를 보였다. 수치상으로는 두 배 가까이 올라 역시 13.7%를 기록한 이 전 대표를 앞질렀다.
전문가들은 추석 연휴 전후가 ‘대세론’의 향배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세대와 지역 민심이 섞이는 추석 연휴가 대선 구도에 영향을 주는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1차 슈퍼위크(12일)를 마친 민주당과 1차 예비 경선(15일) 이후 국민의힘의 후보 구도가 윤곽이 잡힌 뒤 다시 선거 구도가 요동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