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어린이에게 피해를 끼치고 분열을 부추긴다. 사람보다 돈이 우선인 경영진은 온라인 상의 안전을 위해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을 것이다.”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미 상원 상무위원회 산하 소비자보호소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전(前) 페이스북 수석 프로덕트 매니저 프랜시스 하우건이 페이스북의 비윤리적 행위를 폭로했다. 이어 하우건은 의회의 강력한 행동을 요청했다.
하우건은 최근 언론 보도로 공개된 페이스북의 이면을 보여주는 내부 문건을 폭로한 내부고발자로, 지난 4월 회사를 그만뒀다. 하우건은 이날 청문회에서 "페이스북 경영진은 어떻게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더 안전하게 만들어야 할지 알지만 천문학적인 이익을 사람보다 우선시하기 때문에 조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 입사 전인 2006년부터 구글과 핀터레스트, 옐프 등 대형 정보기술(IT) 회사에서 검색·추천 관련 알고리즘 제품을 개발했다는 하우건은 “4개의 대형 회사에서 일했지만, 페이스북 내부에서 이뤄지는 결정들은 우리 아이들과 공공안전, 사생활 보호, 민주주의에 재앙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페이스북에서 가짜뉴스 대응과 방첩 활동 분야의 수석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하면서 “페이스북이 회사 이익과 사람들의 안전 문제를 놓고 충돌하는 것을 반복적으로 봤다”고 증언했다.
이런 갈등 상황에서 페이스북은 “일관되게 자사 이익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이 충돌을 해결했다”며 “그 결과는 더 많은 분열과 더 많은 해악, 더 많은 거짓말, 더 많은 위협, 더 많은 전투였다”고 주장했다.
하우건은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를 비판의 타깃으로 지목했다. 그는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의 의결권 55% 이상을 쥐고 있다는 점에서 IT 산업계에서 매우 독특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궁극적으로 모든 책임은 저버커그에게 있다. 현재 자기 자신 말고는 저커버그에게 책임을 물을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고 CNN은 전했다.
상원의원들은 이번 폭로가 IT 공룡들을 상대로 한 규제 강화에 탄력이 붙게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프라이버시 보호와 반(反)독점법의 강화, 온라인상의 어린이 보호 증대,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의 투명성 제고, 온라인 플랫폼의 책임 강화 등이 IT 기업들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위원회 위원장인 리처드 블루먼솔 민주당 상원의원은 하우건의 폭로로 페이스북과 다른 대형 IT 기업들이 "심판의 순간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블루먼솔 의원은 페이스북이 “도덕적으로 파산했다”며 저커버그 CEO가 의회에 나와 증언하라고 요구했다.
WSJ에 따르면 미 의회에서는 1998년 제정된 ‘어린이 온라인 사생활 보호법(COPPA)’을 시대 흐름에 맞게 업데이트해야 한다는 데 여야가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또 일부 의원들은 소셜미디어의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대중과 정책 입안자들이 더 잘 이해하도록 해줄 조치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우건은 "이 위기의 심각성은 기존의 규제 틀을 탈피할 필요성을 제기한다"며 "낡은 프라이버시 보호(법)에 대한 수정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소셜미디어를 자동차나 담배와 비교하며 그 파급효과를 감시하는 독립적 정부 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자동차나 담배는 건강·안전에 끼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독립적 연구자들이 있지만, 페이스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여전히 이번 사태의 파장을 축소하는 데 급급한 모양새다.
의회 증언이 진행되는 동안 이 회사 대변인 앤디 스톤은 트위터에 하우건이 어린이 안전이나 인스타그램, 연구 등과 관련한 업무를 다룬 적이 없고 이런 주제에 대한 지식도 없다는 글을 올렸다.
페이스북은 회사 성명에서도 "우리가 나쁜 콘텐츠를 부추기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암시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하우건은 페이스북 공간에서 중국 정부의 위구르인에 대한 감시, 이란 정부의 타국 상대 첩보 활동 등이 이뤄지고 있다며 "오늘날 페이스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 강력한 국가안보상의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블루먼솔 의원은 국가안보 우려는 향후 청문회의 주제가 될 수 있다고 말해 페이스북 관련 추가 청문회 가능성을 열어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