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정책

5만 세대 '입주대란'인데...고승범 “가계대출 목표치 달성해야”

"최근 대출 증가, 대부분 실수요지만

정부 목표 달성하려면 규제 불가피"

전세대출·집단대출 관리 강화 시사

여론 악화에 정치권 비판 거세져

당국, 실수요자 보완책 놓고 고심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은행권이 잇따라 대출을 조이면서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지만 금융 당국은 실수요자 대출도 상환 능력 범위 내에서 종합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연 6%대 가계부채 증가율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대표적인 실수요자 대출인 전세자금대출·집단대출 또한 조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청와대와 정치권에서도 실수요자가 대출 피해를 입지 않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가계부채 총량 관리와 실수요자 보완책 사이에서 금융 당국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6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투기 수요도 막고 실수요자도 보호해야 하지만 현재 대출 증가세는 대부분 실수요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인 ‘6%대’를 달성하려면 전세대출을 조이고 집단대출도 막아야 하느냐는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도 “예”라고 수긍하며 “결국 실수요자도 상환 범위 내에서 이뤄지도록 제한해야 한다. 그렇게 노력하지 않으면 정부 목표치를 달성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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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당국은 시중은행에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로 5∼6%를 권고했지만 가계대출 증가세는 계속되고 있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 9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702조 8,878억 원에 이른다. 9월 한 달간 증가액은 4조 729억 원으로 8월 한 달의 3조 5,068억 원보다 증가 폭이 오히려 커졌다. 지난해 말 대비 가계대출 증가율은 평균 4.88%로 정부의 총량 규제 가이드라인에 바짝 다가섰다. 고 위원장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금융의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강도 높은 대응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문제는 최근 가계대출의 증가분 상당수가 전세대출·집단대출 등 실수요자 대출에서 기인하고 있는 점이다. 최대 6.9%의 가계부채 증가율을 달성하려면 전세대출·집단대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실수요자들의 피해가 불가피해진다. 고 위원장이 전세대출·집단대출에 대한 규제를 한층 강화하겠다고 하면서 동시에 실수요자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시장에서는 정책금융기관의 은행 보증 비율을 조정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 전세대출은 주택금융공사·SGI서울보증·주택도시보증공사 등 보증기관이 은행권의 전세대출에 대해 80~100% 보증을 서주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이 보증 비율을 줄여 은행들이 차주에 따라 금리를 올려 전세대출을 취급하도록 유인하는 방식이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에 전세대출을 포함하는 것도 대안이지만 차주의 DSR이 올라 추가 대출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일정 기준 이상의 주택 보유자에 전세대출을 제한하거나 보증 비율 외 금액을 DSR에 포함하는 식도 대안으로 손꼽힌다.

다만 이들 대안 모두 일부 실수요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 현 가계부채 총량 관리 규제만으로도 은행들이 대출 문을 좁히면서 차주들의 불만은 높아진 상황이다. 선거를 앞두고 청와대와 정치권에서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해 금융 당국의 정책에 비판의 수위를 높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실수요자가 전세대출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정책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한 데 이어 여당 국회의원들도 불만을 쏟아냈다. 전재수 민주당 의원은 “내 담보를 가지고 대출을 하겠다고 하는데 왜 대출을 안 해 주는지, 실수요자들이 굉장한 불만을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성국 민주당 의원도 “금융위에 오자마자 제대로 된 신호 한 번 없이 전격 작전하듯 대출을 조이니까 시장이 흔들린다”며 “지난해 10%였던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을 올해 6%로 내리고 내년에는 4%로 한다고 하는데 이게 감당 가능하냐”고 반문했다.


김지영 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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