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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경제·안보까지···한국형발사체(누리호)의 꿈

◆일문일답으로 알아보는 누리호 궁금증

韓, 위성은 7대 강국 평가되지만

우주발사체는 30년만에 자립 전기

발사체·위성 기술 산업 곳곳 파급

항우연·ADD간 발사체 협력 계기

차기 정부, 우주전담기구 구축해야

누리호가 고흥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 서있는 모습. /사진=과기정통부누리호가 고흥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 서있는 모습. /사진=과기정통부




우리나라가 오늘 오후 4시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형 발사체(누리호)를 쏘아 올린다. 누리호는 수많은 과학기술 난제를 극복하고 탄생했다. 토종 기술로 개발한 누리호는 기술과 산업, 나아가 안보 측면에서도 적지 않은 파급효과가 기대된다. 누리호에 관한 궁금증을 일문일답으로 알아본다.



-드디어 한국형 발사체를 처음으로 발사하게 되는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오늘 1.5톤 더미(모사체 위성)를 실은 누리호를 남쪽 해상으로 발사해 700㎞ 상공에 띄운다. 다만 첫 발사라 정식 위성을 탑재하지는 않는다.

-우주 발사체를 향한 우리나라의 30년 숙원이 오늘 이뤄지나.

△누리호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2조 원가량 들여 12년 가까이 개발했다. 거슬러 올라가면 우주발사체 개발을 위해 나선 지 30여 년 만에 홀로서기의 계기를 마련했다. 지난 1991년 말 소련 해체 이후 러시아에 견학 수준을 조금 뛰어넘는 정도의 기술 연수에 나섰던 때에 비하면 격세지감이다. 우리는 그동안 미국 주도의 미사일 기술 통제 체제(MTCR)와 국방 관련 수출입 규제(ITAR)로 인해 우여곡절이 많았다.

-누리호 발사에 성공하면 세계 7번째 중대형 액체 로켓엔진 개발 국가가 된다고 하는데.

△그렇다. 우주 발사체 자립 국가는 더 많다. 러시아(1957년), 미국(1958년), 유럽(1965년), 중국·일본(1970년), 인도(1980년), 이스라엘(1988년), 이란(2009년), 북한(2012년)은 우주발사체 자립에 성공했다. 이 중 이스라엘·이란·북한은 상대적으로 위성 발사 능력이 소형에 그친다.

-그렇다면 누리호를 과학기술적으로 분석해보자. 우선 누리호의 구성은 어떻게 돼 있나.

△누리호는 75톤 추력을 내는 로켓엔진 4개를 클러스터링해 핵심인 1단부(대기권 돌파용·고도 59㎞ 분리)로 사용하고 75톤 엔진 1개와 7톤 엔진 1개를 각각 2단부(고도 258㎞ 분리)와 3단부(700㎞ 궤도 안착용)로 쓴다. 2018년 말에 바로 이 75톤 엔진을 공개적으로 시험발사했었다.

-누리호는 높이도 아파트 15층 높이라고 하던데.

△높이는 47.2m, 중량은 200톤(연료 56.5톤, 산화제 126톤)이다.

-2013년에는 나로호도 발사했었는데 차이점은 뭔가.

△앞서 두 차례의 실패 끝에 지난 2013년 1월 성공한 나로호는 핵심인 1단 로켓을 러시아제로 써 우리 기술만으로 설계·제작·시험을 이루지 못했다. 그나마 100㎏급 위성을 300㎞ 상공에 올리는 수준이었다. 누리호는 설계·제작·시험·발사 운용 등 전 과정을 우리 기술로 진행했다.

-누리호 발사가 오늘 꼭 성공해야 하는데 관건은 뭔가.

△연료와 산화제, 즉 추진제를 담는 곳이 탱크인데 지상에서 솟구칠 때 이것이 안정적으로 연소해야 하고 누리호가 대기권을 통과할 때 보호 덮개인 페어링이 잘 분리돼야 한다.

-연료와 산화제가 안정적으로 타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얘기인데.

△누리호는 핵심인 1단부의 75톤 엔진 4개가 똑같이 추진력을 내면서 연료와 산화제를 담은 추진제 탱크(높이 10m, 직경 3.5m)로 연결되는 게 중요하다. 이 탱크는 무게를 줄이기 위해 특수 알루미늄 합금을 2㎜ 두께로 아주 얇게 만들었다. 누리호는 300여 개의 크고 작은 기업이 참여해 만든 총 37만 개의 부품이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정부와 항우연은 당초 누리호의 1·2차 발사 시기를 올 2월과 10월로 잡았다가 21일과 내년 5월로 조정했다.

-그렇게 탱크가 얇은데 발사과정에서 그 뜨거운 고열을 견디나.

△그렇다. 연료 점화를 위한 액체 산소의 온도가 영하 183도나 되고 엔진 화염은 무려 3,300도에 달하는데 이것을 견뎌야 한다. 이를 통해 엄청난 양의 추진제를 안정적으로 연소시켜 가스를 얻는 게 발사 성공의 관건이다.

-페어링도 잘 분리되는 게 중요한데.

△누리호가 고도 59km 부분에서 핵심인 1단 로켓이 분리된 후 보호 덮개인 페어링이 잘 분리돼야 한다. 앞서 나로호는 실패 원인 중 하나로 페어링이 제대로 분리되지 않은 것이 꼽혔다.

-누리호 발사가 갖는 산업·경제적 파급 효과도 클텐데.



△우주 발사체와 위성 개발에 적용된 기술은 전기 전자, 소재, 통신, 에너지, 의료, 항공, 3D프린팅, 건축 등 다양한 연관 산업에 활용될 수 있다. 실례로 터보 펌프 기술을 극저온 액화천연가스(LNG) 운송 선박에 활용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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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 1960년대 항공우주국(NASA·나사)이 유인 달 탐사를 위한 아폴로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과학기술 발전이 더 이뤄지지 않았나.

△그렇다. 문샷형(미래를 향한 파괴적 혁신) R&D와 기업가 정신 고취 효과가 있었다. 기업가 정신은 모험정신, 도전정신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기 위한 창조적 파괴 아니겠나.

-구체적으로 예를 든다면 우주인의 식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개발(R&D)을 하다가 정수기·전자레인지 기술이 나올 수 있었다는 얘기도 있던데.

△맞다. 병원에서 필수적인 자기공명영상장치(MRI)나 컴퓨터단층촬영(CT) 기술도 우주 기술에서 파생됐다고 할 수 있다. 내비게이션도 위성항법장치 위성이라는 우주 기술이 있기에 가능하다. 우주 기술은 방송통신, 환경 분석, 재난재해 정보제공뿐 아니라 우주인터넷, 우주 관광, 바이오 생명과학, 인공지능(AI)·3D프린팅, 신재생에너지, 건축 등으로 파급효과가 나타난다. 국방 측면에서도 위성과 발사체 기술은 필수적이다.

누리호 재원. /연합뉴스누리호 재원. /연합뉴스


-그렇다면 누리호를 발사하면 국내 위성을 자체 발사하게 되는 것인가.

△그것은 아니다. 최소 몇년 간은 그렇게 하기 힘든 실정이다. 안정성과 경제성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누리호에 1.5톤 더미를 싣고 띄운다. 내년 5월 2차 발사 때는 1.3톤 더미와 200㎏의 성능 검증 위성을 탑재하게 된다. 그 이후에는 누리호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오는 2027년까지 네 차례 추가로 발사한다.

-계속 누리호의 성능을 개량하다 보면 위성 발사 대행 서비스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누리호가 성공해도 최소 몇 년이 지나야 우리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수준이 될 것이다. 실상 국제 위성 발사 시장에서 누리호가 국제 경쟁력을 갖기가 매우 힘들다. 현재는 미국 스페이스X와 유럽 아리안스페이스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차별화를 꾀해야 한다.

다만 정부는 누리호 이외의 소형 발사체를 개발해 2025~2030년 500㎏ 이하의 소형 위성을 저궤도에 발사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나아가 2030~2040년에는 우리 발사체로 저궤도에 대형 위성을 보내고 3만 6,000㎞ 상공의 정지궤도 위성까지 띄운다는 목표다.

-정부는 2030년 달 착륙선을 보낼 때도 누리호의 성능을 높여 쓰려고 하지 않나.

△맞다. 누리호 성능을 개선해 쓰려고 한다. 하지만 지난 8월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사업’ 예비 타당성 검토에서 누리호 후속 연구개발(R&D) 이 전액 삭감됐다. 보완작업을 거쳐 다시 한 번 예탸를 받아 관련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내년 8월 달 궤도 탐사선을 어떻게 보내나.

△내년 8월 미국 스페이스X 발사체를 활용해 발사한다. 이 때 2030년 달 착륙 후보지 등을 물색한다.

-누리호 개발은 안보 측면에도 영향이 있지 않겠나.

△영향이 있다. 우리가 위성뿐 아니라 우주 발사체 쪽에서 능력을 과시하는 효과가 있고 그동안 발사체 쪽에서 국방부와 과기정통부 간 협조가 이뤄지지 못했는데 양 측의 협조를 촉진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다만 누리호는 액체 연료 발사체라 신속성·기동성이 중요한 군사용으로는 쓸 수 없다. 군용인 고체 연료 발사체보다 추력은 크지만 발사 수십 분 전 추진제(연료·산화제)를 주입하고 발사도 한자리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군에서는 주로 고체 연료 발사체를 쓰는가.

△그렇다. 고체 연료 발사체는 추진제를 미리 넣어 장기 보관하고 이동식 발사도 가능하다. 물론 군용 목적의 액체 발사체도 있다. 다만 추진제의 장기 보관이 용이하도록 탱크를 추가 처리하고 지하 발사 설비를 구축해야 한다.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미사일 개발 족쇄 해제와 아르테미스 협정(미국 주도의 국제 달 탐사 프로젝트) 가입이 이뤄지면서 발사체 쪽 개발 촉진 효과가 있지 않나.

-맞다. 국방부와 과기정통부는 2024년 75톤급 고체 연료 2단 우주 발사체로 소형 위성과 다수의 초소형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쏴 올릴 계획이다. 현재 항우연과 국방부 산하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기존 위성 분야뿐 아니라 발사체에서도 협력의 길을 트게 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시야를 확대해 중국과 일본을 보면 중국은 지금 화성정복에 도전하고 일본은 소행성 탐사를 하고 있는데.

△그렇다. 미국과 우주패권을 다투고 있는 중국은 우주굴기를 펴며 달과 화성 정복에 나서고 지구궤도의 우주정거장을 구축 중이다. 우주 발사체도 가장 많이 발사하고 있다. 일본도 지구에서 3억㎞나 떨어진 소행성 시료를 채취할 정도로 우주 발사체 강국이다. 나중에 소행성에서 희귀자원 채취 등을 위해서다.

-결국 한국형 발사체(누리호)를 쏘아 올리는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먼데.

△우리나라는 위성은 세계 7대 강국으로 평가되지만 우주발사체는 이제서야 홀로서기 단계다. 미국·유럽·중국·일본에서는 민간이 우주개발과 상업화에 나서는 뉴 스페이스가 트렌드이다. 누리호 개발에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전체 조립,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엔진 설계, 현대중공업이 발사대 구축에 나섰다. 제조·설계·조립·용접 등에 300여 개의 중소기업이 참여했다. 그런데 정부에서 발주하는 용역사업만 해서는 안 된다. 우주기업들이 자생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게 과제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도 우주 관련 모태펀드 조성 등 생태계 활성화에 나서야 한다. 그동안 정권따라 우주 컨트롤타워 부재로 정책의 부침이 있었다. 차기정권은 우주전담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고광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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