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이 중국에서 공격적인 증설 행보에 나서는 것은 현지 전기차 시장의 성장 속도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샤오펑 등 현지 브랜드 수주에 성공하는 등 현지화 전략이 통하면서 과감한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옌청 2공장 증설을 통해 중국에만 4곳의 공장을 두게 된다. 앞서 베이징자동차와 함께 중국 창저우 공장을 시작으로 현지 배터리 업체 EVE에너지와 합작 투자한 옌청 1공장과 후이저우 공장도 가동하고 있다. SK온의 중국 내 생산 규모는 올해 27GWh(기가와트시)에서 오는 2023년 35GWh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SK온 관계자는 “옌청 2공장은 일단 다른 공장과 달리 단독 투자로 추진된다”면서 “추후 다른 파트너사가 합작 투자에 참여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SK온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중국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에 발맞춰 선제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조사 기업 EV볼륨스닷컴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 수요는 총 267만 6,000대이며 이 가운데 중국이 43%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유럽이 40%로 뒤를 이었고 미국은 11%를 기록했다. 미국은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지고 있지만 중국에는 훨씬 미치지 못한 수준이다. 글로벌 자동차 전문 리서치 업체 LMC오토모티브는 2028년 중국 전기차 생산량이 연간 800만 대로 북미(570만 대)와 유럽(140만 대)을 합친 규모보다 많을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SK온은 ‘중국판 테슬라’로 불리는 샤오펑에 배터리 공급계약을 따내며 현지 공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샤오펑은 인도량이 9월부터 두 달 연속으로 1만 대를 넘기며 전년 동기 대비 20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선 CATL·비야디 등 현지 배터리 업체들의 점유율이 압도적”이라면서도 “중국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워낙 가파른 데다 미국과 유럽의 완성차 브랜드의 진출도 이어지고 있어 SK온이 과감한 투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SK온은 중국에서 배터리 생산은 물론 배터리서비스사업(BaaS)도 추진하고 있다. BaaS는 배터리 수리·대여·재사용·재활용 등 배터리 생애 주기 전반을 포함한 사업 모델을 말한다. 이를 위해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재사용 업체 블루파크스마트에너지(BPSE)의 지분 13%를 취득하기도 했다.
SK온은 중국을 비롯해 유럽·미국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증설을 추진하며 규모의 경제를 구축하는 데 전력을 쏟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윤형조 SK온 배터리기획실장은 최근 3분기 콘퍼런스콜에서 “SK온의 현 수주 물량은 1.6TWh(테라와트시), 원화로 약 220조 원 규모”라며 “이외에도 기존 고객인 현대·기아차, 다임러, 폭스바겐 등에 더해 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의 신규 수주를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