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깅스를 입은 여성의 하반신을 몰래 동영상으로 촬영한 ‘레깅스 불법촬영’ 사건의 피의자에게 벌금 70만원이 확정됐다.
11일 법원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형사2부(최종진 부장판사)는 지난 2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 재판은 1~2심과 대법원에 이은 파기 환송심으로 A씨는 기한인 지난 9일까지 재상고하지 않았고, 법원은 10일 A씨의 형을 확정했다. 또 1심이 선고한 벌금 70만원과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24시간 이수 명령을 유지했다. 해당 사건은 성범죄로 기소돼 1심 재판부가 벌금형을 선고했으나 2심이 "성범죄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하면서 법조계 안팎에서 논란이 일었다.
A씨는 지난 2018년 버스를 타고 가다 하차하려고 출입문 앞에 서 있는 B씨의 엉덩이 등 하반신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8초가량 몰래 동영상 촬영했다. 그는 현장에서 적발돼 경찰에 검거됐고 이후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당시 엉덩이 위까지 내려오는 다소 헐렁한 어두운 회색 운동복 상의와 발목까지 내려오는 검은색 레깅스 하의를 입고 운동화를 신었다. 외부로 직접 노출되는 부위는 목 윗부분과 손, 발목 등이 전부였다.
1심에서 유죄로 인정돼 벌금 70만원을 선고받은 A씨는 형량이 과하다는 이유로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A씨의 행위가 B씨에게 불쾌감을 줬다"고 인정하면서도 레깅스가 일상복으로 활용되는 점에 주목, "레깅스를 입은 젊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성적 욕망의 대상이라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성범죄가 아니다"라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 판결은 대법에서 깨졌다. 3심인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지난해 12월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2심을 유죄 취지로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은 "개성 표현 등을 위해 공개된 장소에서 스스로 신체를 노출해도 이를 몰래 촬영하면 연속 재생, 확대 등 변형·전파 가능성 등으로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범죄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성적 자유를 '원치 않는 성행위를 하지 않을 자유'에서 '자기 의사에 반해 성적 대상화가 되지 않을 자유'로 확대해 해석하고 처음으로 명시했다.
결국 파기환송심에서 재판부는 대법이 '레깅스 불법 촬영'을 성범죄로 판단한 만큼 유무죄 여부를 다루지 않고 A씨가 과하다고 주장한 1심 양형에 관해서만 판단, "형량이 합리적인 범위를 넘지 않았다"며 항소를 기각했고 A씨는 이에 재상고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