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권에서 흐지부지 넘어간 연금 개혁을 차기 정권에서는 우선순위로 다뤄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출산율 감소로 연금의 고갈 시점이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보험료율을 높이고 지급률을 낮추는 방식의 과감한 국민연금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교수는 26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공동 학술 대회에서 차기 정부가 해야 할 주요 과제 중 최우선 순위로 연금 개혁을 제시했다. 이날 학술 대회는 ‘차기 정부의 재정 운용 방향’을 주제로 한국재정학회·한국재정지방학회·한국재정정책학회가 공동 개최했다.
송 교수는 우선 국민연금의 장기 재정 전망이 더욱 암울해진 점을 지적했다. 그는 “장기 재정 전망을 보면 국민연금은 2057년에 고갈된다지만 이건 낙관적인 전망”이라며 “이는 합계출산율이 1.2명 정도로 수렴하리라는 가정 하의 장기 전망이지만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84명에 그쳤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이외의 공무원연금·사학연금·군인연금, 총 4개 연금을 통합 운영해야 한다고 송 교수는 제안했다. 그는 “미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정성 추구를 위해 공무원을 지망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난 것이 사실”이라며 “공무원연금의 상대적 장점을 줄여 신규 노동 인력을 민간 부문으로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무원연금·군인연금은 정부에서 보조해주기 때문에 그나마 유지되는 것”이라며 “현재 연금 재정이 빠르게 고갈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직종별로 연금제도를 유지하는 게 맞는지 고민해볼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커져가는 노인 부양비 부담과 이에 따른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중 확대 등 재정 환경이 나빠지고 있는 점도 차기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일자리 정책에서는 공공이 직접 재정을 투입해 사업을 진행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신 민간이 활성화될 수 있는 지원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이후 일자리 회복 정책은 재정이 투입된 단기 알바성 일자리보다 민간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송 교수는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보편적 증세를 통한 세입 안정화가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우리나라의 소득세율은 높은 편에 속하지만 소득세입은 낮다며 근로소득자에 대한 소득공제를 폐지하거나 축소하는 방식을 통해 실효세율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부가가치세를 현행 10%에서 13%까지 올리는 방안 또한 거론했다.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한국의 코로나 지원금 수준이 세계에서 적은 수준이라며 확장 재정을 통한 가계·자영업자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송 교수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국민들에게는 ‘영끌’하지 말라, 아끼라고 하면서 국가는 재정 제약을 고려하지 않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올해 초과 세수의 50%까지를 국가채무 상환에 사용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