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연일 ‘친(親)기업’을 외치고 있다. 이 후보는 3일 삼성경제연구소를 찾아 “친기업·친노동이 양립 불가능한 게 아니다”라며 자신이 친기업 성향을 가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삼성이 기본소득을 얘기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 이재용 부회장에게도 얘기했다”고 했다. 자신의 기본소득 공약에 대한 수용과 지원을 당부하면서 사실상 압박한 셈이다. 그는 지난달 대한상의와 중기중앙회 관계자들을 잇따라 만나서도 “친기업 광역단체장 조사에서 1등을 했다” “저는 기업 친화적 정치인” 등의 언급을 하면서 ‘기업 프렌들리’를 내세웠다. 그의 태도는 2017년 성남시장 시절 재벌 해체와 이 부회장 구속을 주장하던 것과 대비된다.
이 후보는 최근 ‘중도층’ 공략을 위해 꼬리표가 달린 ‘친기업’과 ‘성장’을 내세우며 우클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후보가 ‘성장’ 앞에 ‘전환적 공정’이라는 수식어를 덧붙인 것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을 연상시킨다. 이처럼 이 후보의 발언과 정책들은 곳곳에서 자기모순을 드러내고 있다. 이 후보는 30조~64조 원 규모로 추정되는 탄소세를 기업들로부터 걷어 기본소득 재원으로 쓰겠다고 했다. 탄소 중립 과속과 ‘탄소세 폭탄’이 기업 경쟁력을 뿌리째 흔들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친기업을 외치면서 대기업에 ‘기본소득 나팔수’가 돼달라고 주문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이 후보가 진정으로 친기업이라면 출마 선언 이후 계속 외치는 ‘억강부약(抑强扶弱)’을 접고 우리 주력 산업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미국 등 주요국들은 연일 전략 산업에 대한 전방위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외국 기업의 자국 설비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6조 원 넘는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해 ‘반도체기금’을 만들기로 했다. 이런데도 우리는 친기업 운운하면서도 온갖 규제로 대기업에 족쇄를 채우고 있다. 이런 이중적 자세로 경제 활로를 마련하겠다는 것은 나무 위에서 물고기를 찾겠다는 발상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