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 미국 저임금 노동자 처우의 기준이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구인난이 길어지며 아마존이 임금 인상에 나서자 일손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다른 기업들도 임금을 올릴 수밖에 없게 되면서다.
7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켄터키주에 있는 물류 업체 버스트로지스틱스는 최근 최저 시급을 3달러 인상했다. 이 회사의 최저 시급은 연방 최저임금(시간당 7.25달러)의 2배를 웃도는 시간당 16~19달러가 됐다. 농산물 유통 업체 카스텔라니도 지난해에만 임금을 3번 인상해 최저 시급을 16달러로 올렸다.
이들이 임금 인상에 나선 것은 아마존 때문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일터로 복귀하지 않는 미국인이 늘어나자 아마존은 임금을 올렸다. 현재 아마존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평균 18.32달러다. 여기에 입사 시 사이닝보너스(일회성)와 백신 접종에 따른 인센티브까지 합치면 노동자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돈은 더 많아진다. 이에 노동자들이 아마존으로 자리를 옮기자 기업들이 임금을 인상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존을 따라 복지를 확대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텍사스주의 조명 제조 업체 시그니파이는 최근 직원들이 원하는 시간에 출퇴근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다. 아마존이 일손을 끌어들이기 위해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고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다. 이 회사의 공장 관리자는 “아마존과 임금으로만 경쟁한다면 결코 이길 수 없을 것”이라며 “이제는 각 고용주가 (임금 인상과 복지 확대 등) 패키지를 제공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현지 언론은 구인난 이후 아마존에 대한 평가가 180도 바뀌었다고 지적한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아마존은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거센 비판을 받았다. 아마존 창고 직원들은 코로나19 확산이 극심하던 시기에도 밀집된 공간에서 장시간 근무를 해야 했다. 이에 일부 지역에서는 노조 설립 투표가 진행됐고 조 바이든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권도 아마존을 비판한 바 있다.
하지만 구인난 이후 아마존이 임금 인상과 복지 확대에 나서며 상황은 변했다. 포인트로마나자린대의 린 리저 교수는 “이제 구직자 모두가 항상 아마존을 벤치마크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