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반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부가 주도한 조선업 ‘빅딜’이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11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EU 집행위는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현대중공업 측이 경쟁성 제한 우려를 불식시킬만한 해법을 내놓지 못했고 비공식적으로 제안한 조선소 일부 매각도 EU 측 반대 의견을 뒤집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EU는 그동안 두 회사가 합병하면 글로벌 액화천연가스(LNG)선 시장에서 70% 이상 점유율을 차지하게 돼 독과점 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다며 이에 대한 해결책을 매수자 측인 현대중공업그룹 측에 요구해왔다.
그러나 우리나라 업체 빅3가 세계적인 LNG선 강자로 인정받고 있는 상태에서 해외에는 경쟁자도 거의 없어 점유율을 낮추기가 사실상 어렵다는 게 조선업계의 고민이었다.
지난해 EU는 유럽 최대 조선사인 이탈리아 핀칸티에리와 프랑스 아틀란틱조선의 합병도 불허한 바 있다. 두 회사는 크루즈선 분야 글로벌 1·3위 회사들이다.
만약 EU가 합병을 불허할 경우 양사의 빅딜은 최종 무산된다. 글로벌 기업 간 결합은 심사국 전체의 승인을 얻어 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번 결합심사는 한국·EU·일본·카자흐스탄·중국·싱가포르 등이 6개국이 맡았으며 카자흐스탄, 중국, 싱가포르가 승인 결정을 내린 반면 EU와 일본 및 한국 공정위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EU가 불허 결정을 내릴 경우 합병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이 경우 현대중공업그룹도 인수를 철회하는 것 외에 다른 방안을 선택하기 어렵다. 지역 사회에서는 마침 대선을 앞두고 지금이라도 정부가 합병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는 압박도 커지고 있는 상태다. 이렇게 되면 대우조선해양은 산업은행 최대주주(55%)로 있는 사실상 공기업으로 전환된다.
시장 일각에서는 애초부터 글로벌 경쟁당국의 반대 가능성이 컸는데 무리하게 합병을 밀어 붙인 이동걸 산은 회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2015년부터 약 7조원의 공적자금을 대우조선해양 회생에 투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