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최다 우승국 지위를 미국에 내준 한국 군단이 검증된 루키들을 앞세워 왕좌 탈환에 나선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이미 간판급 활약을 펼쳐온 안나린(25)과 최혜진(22), LPGA 2부 투어에서 활약한 홍예은(19)이 당당히 LPGA 투어 한국 군단에 가세했다.
13일(한국 시간) 미국 앨라배마주 하일랜즈 오크스 골프클럽(파72)에서 끝난 LPGA Q(퀄리파잉)시리즈에서 안나린은 8라운드 합계 33언더파 541타로 1위, 최혜진은 17언더파 557타로 공동 8위에 올랐다. 홍예은은 13언더파 561타의 공동 12위였다.
공동 41위까지 총 46명이 내년 LPGA 투어 출전권(시드)을 얻었는데 순위에 따라 출전 가능한 대회 수가 다르다. 톱10 선수들은 거의 모든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 1타 차로 톱 10에 들지 못한 홍예은은 안나린·최혜진만큼은 아니지만 충분히 많은 대회에 나갈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신인상을 놓고 ‘집안 싸움’을 벌이는 최상의 시나리오도 기대된다.
한국 군단은 올해 7승을 합작하면서 최근 6년 연속 지켜온 최다승 국가 자리를 미국(8승)에 내줬다. 11년 만에 메이저 대회 한국인 우승자도 없었다. 고진영(26)이 5승으로 끌고 박인비(33)와 김효주(26)가 각각 1승으로 밀었지만 신예들의 활약이 다소 아쉬웠다. 지난 2019년까지 5년 연속 한국 선수 차지였던 신인상을 올해(코로나19로 2020·2021시즌 통합 시상)는 태국 선수 패티 타와타나낏이 가져갔다.
안나린과 최혜진은 8라운드 144홀 마라톤 레이스를 통해 내년 시즌 강력한 신인상 후보임을 증명했다. KLPGA 투어 2승에 지난달 왕중왕전 성격의 이벤트 대회도 우승했던 안나린은 짜릿한 ‘역전 수석’으로 단단히 눈도장을 찍었다. 한국 선수의 LPGA Q시리즈 수석은 2018년 이정은(25) 이후 3년 만. 전설 박세리(44)도 1997년 수석 출신이다.
안나린은 선두 폴린 루생 부샤르(프랑스)에 5타나 뒤진 채 출발했지만 막판 세 홀에서 버디 2개를 잡는 등 이날 6언더파를 몰아쳐 이븐파에 그친 루생 부샤르를 1타 차 2위로 밀어냈다. 루생 부샤르는 지난해 아마추어 세계 랭킹 1위 선수다. 기존 후원사와 계약이 만료돼 모자에 새 후원사 로고를 달고 새 무대를 누빌 예정인 안나린은 “체력적으로 지쳤지만 좋은 성적을 내서 굉장히 기쁘다”며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할 수 있다는 게 가장 기대되고 TV로만 보던 선수들과 경쟁한다는 것도 기쁘다”고 밝혔다. 1위 상금 1만 5,000달러(약 1,700만 원)도 받았다.
이미 2년 전에 Q시리즈를 응시하려 했다가 국내 투어 전관왕 도전을 위해 미뤘던 최혜진은 미국 무대가 낯설지 않다. 여고생이던 2017년 최고 메이저 대회 US 여자 오픈에서 준우승하면서 대회장을 찾았던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KLPGA 투어 통산 10승의 저력을 세계 무대에 본격적으로 선보일 차례다. 홍예은은 올해 LPGA 2부 투어에서 활동한 선수다. 10월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공동 11위에 오르는 등 추천 선수로 종종 KLPGA 투어 대회에도 출전해 좋은 성적을 내곤 했다. 주니어 시절 국가대표 상비군을 지낸 아버지 홍태식 씨가 캐디를 맡았다.
LPGA 투어는 1월 20일 시작되는 왕중왕전으로 2022시즌에 돌입하며 신인들은 1월 27일 플로리다주에서 개막하는 게인브리지 대회부터 본격적으로 투어에 뛰어든다. 아타야 티티쿨(26언더파 3위·태국), 후루에 아야카(18언더파 7위·일본), 시부노 히나코(10언더파 공동 20위·일본) 등이 한국 선수들과 신인상을 다툴 후보로 꼽힌다. 티티쿨은 올 8월 스코틀랜드 여자 오픈에서 준우승한 무서운 18세이고 시부노는 2019년 메이저 브리티시 여자 오픈에서 비회원 신분으로 깜짝 우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