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일 국토교통부 철도안전정책관이 내년 1월 27일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 “대비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중대재해법 시행 후 철도 현장에서 발생할 혼란에 대비해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안전조치를 완비한 경우 최고경영자(CEO)의 사고 책임을 가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임 국장은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중대재해법 시행에 앞서 관련 규정 개정 및 매뉴얼 마련 등으로 대비하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한국철도공사(코레일)나 국가철도공단이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대재해법은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를 처벌하는 법안이다.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의 경우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 법인의 경우 5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받는다. 이 법은 중앙행정기관의 장, 지방자치단체의 장, 지방공기업의 장 등도 경영 책임자로 본다.
임 국장은 “철도 건설 중에 사망자가 발생하면 국가철도공단 이사장 책임, 철도 운영과 보수 중에 사망자가 발생하면 한국철도공사 책임이 될 수 있다”면서 “매년 사상 사고가 발생하는 철도 현장에서 재해법을 원문 그대로 적용한다면 이를 감당할 한국철도공사 사장이나 국가철도공단 이사장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 국장은 특히 “중대재해법에는 CEO가 책임을 진다는 내용이 있는데 법 체계와 내용이 그간 관행과 매우 달라 어떤 결정이 나올지 알 수가 없다”며 “오너의 형사처벌 가능성 때문에 민감한 중소업체들은 법 시행에 맞춰 각종 장비와 인력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중대재해법 시행에 대비한 연구 용역 또한 진행 중이다. 연구는 주요 분야별 도급, 용역, 위탁 관계에 따른 책임 주체와 책임 범위를 분석하는 한편 강릉선 KTX 탈선 사고 등 과거 철도 사고에 중대재해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 해석례를 제공한다.
국토부는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철도 안전 체계 강화도 추진하고 있다. 선로 유지 관리 관련 데이터를 수집해 AI에 학습시키고 사고 징후를 사전 감지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 철도시설의 설치부터 개량까지 전 생애에 걸친 이력 정보를 체계적으로 통합 관리하기 위한 종합정보시스템 ‘라피스(RAil Facilities Information System·RAFIS)’ 또한 내년에 구축할 예정이다. 기관실 내 CCTV 설치 및 운영과 관련해 임 국장은 “승객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기관실 내 기관사를 살펴볼 수 있는 CCTV가 필요하다”면서도 “해당 CCTV가 기관사의 업무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요인이 되지 않도록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