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우려되는 외국금융사 脫한국 행렬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한국사회과학협의회장

저금리·정부 규제에 줄줄이 철수

금융산업 경쟁력 약화 초래 가능성

비대면 거래·디지털 환경에 맞춰

경직된 노동시장 개선 등 대책 필요









외국 금융사들의 탈한국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시티은행이 국내 소매 금융시장에서 철수하기로 했으며 캐나다의 3대 은행 중의 하나인 노바스코샤은행이 지점을 폐쇄했다. 또한 뉴욕멜론은행도 신탁 업무를 반납했으며 몇몇 외국계 보험회사들도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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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외국계 금융사들의 연이은 철수는 한국 금융 산업 발전에 큰 부작용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먼저 금융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우리 금융 산업은 몇 개의 국내 대형 금융사들을 중심으로 과점 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금융 공급자 위주의 거래 관행은 새로운 금융 기술 개발을 지연시키고 있다. 이러한 여건하에서 그동안 외국 금융사들은 선진 금융 기술을 전수하는 채널로서 역할을 해왔다. 외국 금융사들의 탈한국 러시는 우리의 금융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정부의 금융허브 전략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지난 2003년 노무현 정부 이래 우리는 동북아 금융허브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외국의 금융사들을 유치해 동북아 금융허브로서 도약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부를 증진시키려 하는 것이다. 그러나 2013년 영국계 HSBC가 국내 소매 금융 업무에서 철수한 이래 2019년까지 골드만삭스, 스위스 UBS, 호주 맥쿼리은행 등이 연이어 국내 시장에서 철수했다. 외국 금융사들의 계속되는 철수는 정부의 금융허브 전략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외환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외국계 은행들은 외화를 공급해주는 창구 역할을 해왔으며 외국 정부와의 통화스와프 협상을 성사시키는 가교 역할도 한다. 이번에 소매 금융에서 철수하는 시티은행도 1997년 외환 위기 때나 2008년 한미 통화스와프 성사에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화가 국제통화가 아닌 상황에서 외환의 공급 부족은 외환 위기를 초래할 수 있어 경계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남미에도 외국 금융사들이 대거 철수하면서 국가 신뢰도가 낮아지고 외환 공급이 감소하면서 외환 위기를 겪은 사례들이 있다.

외국 금융사들이 한국에서 철수하려는 배경은 무엇일까. 먼저 저금리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 침체에 따른 수익성의 악화다. 여기에 새로운 금융 혁신, 즉 빅테크의 등장도 외국 금융사들로 하여금 새로운 경영 전략을 수립하도록 해 한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 철수를 결정하게 했다. 그러나 국내 금융 환경도 중요하다. 최근 들어 금융 산업에 대한 우리 정부 규제는 크게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국내 노동시장의 경직성 또한 외국 금융사들의 수익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외국 금융사들의 계속되는 철수를 막기 위해서는 먼저 금융 당국이 현재의 금융 규제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 조세제도는 물론 불필요하고 복잡한 정부 규제를 줄여 국내 금융사들의 경쟁력을 높이고 외국 금융사들의 영업 환경을 개선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비대면 거래와 디지털 혁신으로 변화되고 있는 금융 환경에 맞게 현재의 경직적인 노동시장도 개선해야 한다. 서울과 부산 등으로 분산돼 있는 금융허브 도시를 재정비하고 자산 운용 등 특화된 금융허브 전략을 수립해 외국 금융사를 유치하고 우리 금융 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

최근 금융 환경은 급격히 변하고 있다. 빅테크와의 경쟁이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되며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CBDC)를 비롯한 블록체인 기술의 확산 또한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한국의 금융 산업 경쟁력을 제고하고 동북아 금융허브 전략의 성공을 위해 지금은 외국 금융사들의 탈한국 행렬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적극적인 대응 전략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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