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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진보된 가상현실·액션, 더 묵직한 철학적 메시지 '매트릭스:리저렉션'

◆리뷰-영화 '매트릭스:리저렉션'





20세기말, 모든 것이 새로웠던 SF영화 ‘매트릭스’(Matrix) 시리즈가 있었다. 인간이 인공지능(AI)의 지배 아래 놓여 있으며,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은 모두 AI가 만든 가짜라는 파격적인 설정 안에 인간의 선택과 자유의지, 사랑, 실재와 환상의 경계 등 묵직한 철학적 메시지를 집어넣었다. 이를 뒷받침하는 사이버펑크 분위기, 센세이셔널한 갖가지 시각효과와 압도적이면서도 속도감 있는 액션까지 모두 그 전까지 보지 못했던 것들이었다.



그 이후 18년,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 ‘매트릭스: 리저렉션’이 나왔다. 영화는 3편인 ‘매트릭스: 레볼루션’ 이후 약 60년이 흐른 시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인류를 구한 뒤 소멸했다고 알려졌던 네오(키아누 리브스)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게임 개발자 ‘토마스 앤더슨’으로 살고 있다. 죽은 줄 알았던 트리니티(캐리 앤 모스)도 세 아이의 엄마인 중년 여성 티파니로 살아 있다. 네오는 직접 만든 3부작 게임 ‘매트릭스’로 흥행에 성공했지만, 게임 속 스토리로 녹아 있는 전 시리즈에서 겪은 사건들이 진짜가 아니라 믿고 산다. 하지만 네오의 진짜 기억이 일상을 파고들면서 무엇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구별하지 못해 헷갈리고, 심리치료사인 애널리스트(닐 패트릭 해리스)는 게임과 현실의 착각이라며 파란 알약을 준다. 그러던 중 그의 앞에 인간 저항 세력의 리더인 모피어스(야히아 압둘 마틴 2세)가 나타나 빨간 알약과 파란 알약을 들고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 1편에서 그랬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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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쇼스키 감독은 전작들에서 보여줬던 철학적 물음을 다시금 날카롭게 들이민다. 모피어스가 선택의 순간을 맞이하는 초반부터 인간의 자유의지를 강조하는가 하면 안락한 일상에 만족한 채 어떻게 살아가는지 의미를 잃어버린 삶에 경각심을 일깨우는 메시지도 강렬하다. 특히 매트릭스 게임의 개발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셀프 패러디와 메타 비평을 집어넣으며 무엇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경계를 흐트러뜨린다.

하지만 대중문화계에 한 획을 그은 전작들의 무게를 완벽하게 넘어서지는 못했다. 세계관과 철학을 설명하기 위한 긴 대사는 난해함을 가중시킨 면이 있다. 리브스와 모스의 액션은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듯 인상적 지점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 종반부 한 43층 건물에서 네오와 트리니티가 석양을 뒤로하고 손을 맞잡은 채 함께 뛰어내리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다. 영화 내내 강조한 ‘사랑의 힘’을 한 장면만으로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러닝타임 2시간 27분,



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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