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도로 공간 입체 개발을 위한 규제 해소 방안 모색에 나섰다. 특히 민간의 사업 참여를 위한 장치 마련과 개발이익 환수 방안이 논의되고 있어 주요 고속도로 등을 지하화하고 그 위에 덮개 등을 씌워 주택·빌딩·공원 등을 짓는 대규모 프로젝트에 숨통이 트일지 주목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산하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는 22일 도로 공간의 입체 개발에 관한 법률안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현재 국회에 계류된 도로입체개발법 제정안은 주택 건설업자와 건설업자도 사업 시행자로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울러 도로 입체 개발 사업 시행에 기존 택지개발사업지구 등이 심한 지장을 초래할 경우 기존 구역을 해제하거나 개발계획 변경을 하도록 하는 조항을 포함했다. 이는 경부고속도로 양재~한남IC의 교통 정체 구간을 지하화해 공원 및 문화관광복합지구를 조성하겠다는 서초구 및 정치권의 구상을 뒷받침할 수 있는 법안으로 평가된다.
이정형 중앙대 교수는 이를 위한 재원 마련 차원에서 “민간에 도로 공간 상하부를 활용하도록 하고 개발이익 환수 차원에서 도로 공간을 민간이 정비하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가령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의 경우 ‘인터체인지(IC) 교통섬’ 등을 민간이 맡는 것도 추가 재원 확보 방안으로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다만 입체 개발 구역이 가능한 곳을 개발 사업자(시행자)가 직접 정할 수 있도록 법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공청회를 통해 개진됐다.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입체 개발 구역’을 미리 지정할 경우 사업 추진을 위한 동의율 확보, 땅값 상승 등의 문제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도 있으며 오히려 사업 추진에 걸림돌만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주거환경정비계획 등 기존 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도로 공간의 민간 활용이 가능하도록 입법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는 건의도 나왔다.
현행 법 제도하에서는 개별법에 산발적으로 도로의 입체 개발을 규정하고 있어 종합적인 관점에 입각한 개발이 용이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과거 국토교통부가 도로 공간의 입체적인 활용과 관련한 대책을 발표하면서 지난 20대 국회에서 관련 법률안의 제·개정 논의가 진행됐지만 이후 공간 입체 개발과 관련한 논의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다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 측은 처음부터 민간사업자를 참여시키는 방식에는 대해 신중론을 폈다. 김동근 LH 처장은 “기반 시설의 입체 개발 사업은 공공 시행자가 우선 참여한 뒤 공공과 공동 시행할 경우 50% 미만의 범위에서 민간이 참여하도록 하는 방안으로 대체해야 한다”면서 “사업 시행의 성과 평가를 통해 민간 참여의 범위를 늘려나가는 방안이 바람직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편 같은 날 열린 모빌리티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 제정을 위한 공청회에서는 진술인들이 한목소리로 시급한 법 통과를 촉구했다. 신희철 한국교통연구원 4차산업혁명교통연구본부장은 “이 법은 이용자 중심의 서비스를 대상으로 하는 법이라는 점에서 가장 중요한 차별성을 가진다”면서 “최근 우버나 웨이모의 로봇택시 등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교통 서비스가 확산하고 있는데 기존의 낡은 제도로는 이를 포괄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