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할지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년으로 미뤘다. EU 내에서 관련 문제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거운 만큼 최종 결론까지 시일이 소요되는 분위기다.
“내년 1월 이후 결론 나올 듯”
23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비그리니유스 신케비추스 EU 환경담당 집행위원은 지난 20일(현지 시간)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지속 가능한 분류체계(택소노미)’에 포함할 지에 대한 논의를 “내년에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U 집행위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올 연말 전에 분류체계 제안서 작성에 대한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U 집행위는 분류체계를 제안하기 전 EU 회원국, 또 금융·산업 및 시민단체 출신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과 공유해야 하는 만큼 일러야 내년 1월 이후 결론이 나올 수 있다고 로이터는 전망했다.
특정 에너지원이 택소노미에 포함되면 EU로부터 ‘친환경 인증’을 받게 된다는 의미다. 관련 사업자들한테는 공공·민간 투자 유치 여부가 달린 만큼 초미의 관심사다. 다만 택소노미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투자 자체가 금지되지는 않는다.
분류체계 놓고 각국 이견 팽팽
당초 EU 집행위는 올해 안에 분류체계를 각국에 제안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유럽 국가들 간 이견 차가 커 이를 조율하는 데 시일이 걸리는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일부 유럽 국가들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라도 천연가스가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석탄을 천연가스로 대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다른 나라들은 화석연료인 천연가스에 ‘친환경’ 딱지를 붙인다면 EU 기후변화 대응 자체의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반박한다. EU 탄소중립 목표가 친환경으로 위장한 ‘그린워싱(Greenwashing)’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또 프랑스와 체코, 폴란드 등은 핵 에너지가 온실가스 배출이 화석연료보다 적은 만큼 역시 친환경 에너지의 지위를 얻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반면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은 핵 폐기물 처리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외신들은 EU 집행위가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친환경으로 분류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하고 있다. 실제 블룸버그에 따르면 티에리 브레튼 EU 내수정책 담당 집행위원은 최근 독일 신문 디벨트와 인터뷰하며 “원자력과 천연가스는 유럽 기후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