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통화 긴축 속도가 빨라지고 각국 정부의 재정 부양책이 점차 축소되는 가운데 올해 글로벌 금융시장이 특별한 충격 없이도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아울러 주식시장에서도 그동안 고평가됐던 주식들이 조정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제시됐다.
실제 최근 미국 주식시장에서는 ‘제2의 테슬라’로 불리며 나스닥에 화려하게 등장한 리비안의 주가가 요동치는 등 심상치 않은 조짐이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앞서 빅테크 기업들이 새해 들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며 미국 증시의 상승장이 멈출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에릭 로즌그렌 전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7일(현지 시간) ‘전미경제학회(AEA) 연례 총회’에서 열린 ‘세계경제 전망과 정책 과제’ 세션에 참여해 “현재 금융시장의 밸류에이션은 경기가 침체될 경우 상당한 문제가 될 수 있으며 통화 긴축으로 인한 경기 하방 압력도 강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경기 하강 국면에서 주식시장의 고평가주와 암호화폐 등이 도전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까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몸담았던 그는 FOMC가 지난해 말 내놓은 경제전망(SEP)이 다소 낙관적이라고 평가했다. FOMC는 앞서 올해 실업률을 3.5%, 물가상승률을 2.6%로 전망하고 실질 경제성장률은 4%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로즌그렌 전 총재는 그러나 “이 같은 긍정적인 전망은 암묵적인 가정을 필요로 한다”면서 “그 중 하나는 1~2월 오미크론이 종식되고 새로운 변종이 발생하지 않는 것인데, 우리는 과거에 이를 예측하는 데 그리 능숙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로즌그렌 전 총재는 올해 글로벌 경제성장에 영향을 끼칠 주요 변수 중 하나로 ‘차이나 리스크’도 꼽았다. 그는 오미크론과 같은 전염성이 강한 코로나19 변이가 발생하는 가운데 중국이 기존의 ‘셧다운’ 전략으로 내수 경제를 유지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중국 정부가 그간의 ‘성장 엔진’이었던 빅테크 기업들을 겹겹이 규제하는 것도 경제성장에 장애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즌그렌 전 총재는 중국의 부동산 버블도 문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카르멘 라인하트 세계은행(WB) 수석이코노미스트(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성장을 이끌었던 중국의 모습을 다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 물가상승률이 올해 2.6%에서 점차 완화된다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예측이 틀릴 수 있다는 목소리도 상당수 나왔다. 인플레이션이 공급망 문제 때문만이 아니며 경직된 노동시장에서 임금 상승의 속도가 가파르기 때문에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라인하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인플레이션 환경은 오일쇼크 당시인 지난 1970년대보다 더 여러 가지의 공급 충격을 받고 있다”며 “글로벌 경제 회복이 늦어지고 있는 것도 위험 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애덤 포즌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소장은 “불균일한 세계화, 지정학적 블록 등으로 인해 외국인 직접투자나 수출 등에도 장애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